백화점이나 대형 소매점에 들어오는 농·축·수산물 등 이른바 신선식품은 어떤 경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일까? 대형 유통점에 신선식품이 들어오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산지나 공판장 등을 통해 일정 물량을 직접 구매한 뒤 유통점이 재고를 관리하는 '직매입'으로 대백과 동아백화점이 이 방식이다. 또 특정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물품을 입점시킨 뒤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특정매입'이 있는데 롯데백화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마트의 경우 바이어가 직접 산지에서 물품과 주문량을 결정하는 직매입을 택하고, 홈플러스는 직매입에서 중개상인, 즉 벤더(vender)를 통한 매입으로 바꾸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전체 벤더의 60~70%가 대구·경북권에 있으며, 특산품을 제외한 대부분 신선식품은 영남권에서 들여온다.
◆까다로운 입점 절차
신선식품이 대형 유통점 매장에 선보이려면 작게 나눠 수십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일단 한국식품공업협회, 보건환경연구원 등 국가공인기관이 발행한 인증서가 없으면 입점 상담조차 할 수 없다. 유통업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하는 서류는 필수적. 행여 의심스런 부분이 있다면 유통업체 자체 시험소도 거쳐야 한다. 또 원산지표시, 상품표시 중량 및 함량준수, 유효기간 준수, 보건증 소지, 유행식품 및 부패 상품 납품금지 등 관련 법규를 제대로 지켰는지도 꼼꼼히 다진다. 심지어 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 품질경영촉진법 등에 위배 사례가 없는지도 검토한다.
입점 승인이 떨어졌다고 안심할 수 없다. 수개월간 시험유치기간에 합격점을 받아야 본격 입점이 가능하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품질평가사 김선아 씨는 "매일 원산지, 유통기한, 축산고기의 부위, 용도, 기타 표시사항에 대한 점검을 한다"며 "부적합 또는 지적사항이 나왔을 경우 해당 팀장이 즉시 시정조치에 들어가고, 해당 상품에 대한 즉각 폐기가 이뤄진다"고 했다.
◆갈수록 첨단화
신세계 이마트는 야채와 청과 등 신선식품의 70~80%를 산지 직거래를 통해 사들인다. 직거래 농가는 EDI(전자문서교환)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상품이 매장에서 얼마나 잘 팔리는지 실시간 파악이 가능하다. 또 무선인터넷으로 발주작업을 하는 모바일GOT(Graphic Order Terminal) 시스템을 도입했다. 바이어가 산지에서 직접 상품을 보며 무선인터넷으로 매입의 전 과정을 마무리하는 것. 과거 산지에 내려갔다가 다시 본사로 올라와 상품 발주업무를 진행한 뒤 전국 점포에 나눠주는 방식이었지만 매장이 수십여 개에 이르는 상황에선 최단시간에 신선식품을 매장에 선보이는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
신선상품 매입에서 날씨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대형 소매점의 경우 기상청에서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날씨정보프로그램인 '첨성대' 시스템을 통해 2시간 단위로 날씨정보를 제공받아 발주량을 조절한다. 가령 12시에 발주를 해야 하는 매장 담당자가 2시간 뒤 비가 온다는 정보를 받을 경우, 고객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당일 판매량이 남을 것으로 보고 이튿날 발주량을 줄일 수 있다.
◆고객 안심서비스 강화
대구백화점은 이미 2004년 9월부터 '생산이력시스템'을 도입했다.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유통까지 단계별 정보가 축적돼 제품이력 추적이 가능한 제도. 한우 출생부터 생산, 도축, 가공,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로 기록한 '한우 생산이력제'를 시작으로 '버섯광어 이력제', '농산물 생산이력제' 등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 2월부터 경북도가 실시하는 RFID(농산물생산관리 이력시스템) 시범사업장으로 지정돼 고객이 직접 매장에서 농산물에 대한 생산정보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대구백화점 매입부 김남기 과장은 "앞으로 납품업체를 상대로 원산지 증명과 품질검사 확인을 더욱 강화, 서류조작 적발은 물론 현장확인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일부 쇠고기 및 과일·채소류에 한정된 직영 농장계약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동아백화점의 경우 이미 80년대부터 산지에서 직접 신선상품을 구매한 뒤 저장, 포장, 가공까지 직접하는 동아유통센터를 운영해 왔다. 유통센터 손재근 부장은 "모든 식품을 적정 온도로 배송하는 콜드체인시스템을 적용,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유통업체의 자체 점검이 강화되고, 생산물이력제 도입 등으로 검증 절차도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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