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 추기경 시대, 새 歷史 펼치길

한국 천주교계가 큰 경사를 맞았다. 정진석(니콜라오'75)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김수환(스테파노'84)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추기경에 서임됐다. 1969년 김수환 추기경 이래 37년 만에 454만 한국 천주교인들의 염원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제야 두 추기경 시대를 연 한국 천주교가 더 겸손한 자세로 교회를 쇄신하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들에게 다가서며, 갈라진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향해서 새로운 역사를 펼치리라 기대한다.

세계 가톨릭 사상 보기 드물게 한국 천주교는 자발적으로 교회를 세웠다. 선교사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와 103위 순교 성인들이 스스로 천주교를 받아들였고, 박해를 받을 때마다 순교로써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도 1815년 을해 박해 때 20위의 순교자가 발생했고, 그들에 대한 시복 시성 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그만큼 독특한 역사와 자생적 생명력을 지닌 한국 천주교는 아시아권에서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다음 가는 교세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지난 70, 80년대 한국의 민주화와 양심의 수호자로서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추기경의 추가 서임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아시아권에선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 5명, 교세가 우리의 절반도 안 되는 일본에 2명, 필리핀에 2명의 추기경이 있다.

청빈하고 온유한 성품에 '모든 것을 모든 이에게 돌아가게 하소서'라는 사목 지표를 지닌 정 추기경(평양 교구장 겸임)이 북한 선교와 동북아 선교에 큰 진전을 보여 주리라 믿는다. 더불어 성장세를 유지하는 한국 천주교계에 조만간 세 번째 추기경이 탄생하는 기쁨도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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