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순의 발명왕' 제일산업사 장순식 회장

23일 오후 대구 달성공단 내 ㈜제일산업사 2층. 장순식(80) 회장은 사무실에서 종이에 뭔가를 그리면서 고심하고 있었다. 공장의 단조기계가 연신 굉음을 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장 회장은 최근 고안한 발명품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다며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장 회장은 이어 사무실 옆 창고 겸 작업실로 기자를 안내해 '필생의 역작'이라는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충전용 전동휠체어'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장 회장이 휠체어를 작동시키자 바퀴 옆에 부착된 톱니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계단을 힘차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팔순의 '발명왕 회장'

장 회장이 계단을 오를 수 있는 휠체어를 고안한 것은 20여 년 전. 한 장애인이 휠체어로 계단을 오르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계단을 오를 수 있는 휠체어가 있다면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사업을 하면서 틈틈이 이를 구상했던 장 회장은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갔다. 처음엔 바퀴로 계단을 오른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던 장 회장은 실패를 거듭했다. 잠자는 시간 말고는 오로지 휠체어 개발에만 몰두했다는 장 회장은 어느날 톱니를 장착한 '워킹스타일' 개념의 휠체어를 고안했다.

'결정적 착상'을 한 뒤 너무 기뻐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장 회장. 그는 그 후 휠체어 동력장치를 구하기 위해 서울, 부산 등지를 돌아다녔다. 힘들게 구한 부품이 잘 맞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고 크랭크 축 등 휠체어 제작에 필요한 부품은 자사 공장에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작년말 시제품이 탄생됐다.

현재 이 휠체어는 실용신안과 발명특허를 받기 위해 출원중이다. 장 회장은 앞으로 스프링 등 완충장치를 보완하고 톱니바퀴에 고무패킹을 부착하는 등 세부적인 마무리 작업을 할 계획이다.

"3개월 뒤 완제품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 휠체어가 시판되면 계단이 많은 지하철역 등에서 장애인들이 손쉽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발명 몰두하니 젊어져

장 회장은 달성공단 내에서 '발명왕 회장'으로 불린다. 1960년대 초반부터 발명에 몰두해 실용신안 등록한 제품만도 20여 종. 출원중이거나 의장등록한 제품도 8종에 이른다.

장 회장은 지난 1959년 수입에 의존하던 자동차 주요 부품인 라디에이터를 개발해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장 회장은 지난 2001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용화하기 위해 기존 기계·금속업체와 함께 ㈜ J·I TECH를 추가로 설립,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장 회장이 개발한 제품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미끄럼 방지구(아이젠)가 부착된 등산화. 이 제품으로 지난 2001년 독일, 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국제발명품 전시회의 하나인 '제29회 제네바 국제발명품전시회'에서 특별상과 은상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그는 "10년 전 겨울 아내와 함께 산을 오르다 미끄러져 실족한 일이 있었다"면서 "미끄럼 방지장치를 부착한 등산화가 있으면 안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슈팅스타'라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항상 새로운 제품을 발명하기 위해 고심하다 보니 도리어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힘이 닿는데까지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발명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생각입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 : 장순식 제일산업사 회장(오른쪽)이 3년 연구끝에 실용화를 앞두고 있는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전동휠체어'를 시운전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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