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출신 독립운동가 141명 필적 담은 서한집 발간

조국향한 일편단심 육필 편지에 담겼네

3·1절을 앞두고 영남 출신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육필 편짓글을 모은 '독립운동가 서한집'이 한국독립운동사 자료총서 제20집으로 발간됐다.

독립운동가들의 친필자료는 매우 희귀한 데다 독립운동 관련 활동이나 옥중에서 겪은 고초 그리고 가족들이 당한 어려움을 알려주는 자료도 포함되어 있어 그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특히 서한집의 자료를 대구에서 고문서 전문 화랑을 경영하는 김항회 씨가 제공한 것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독립운동가 141명의 필적을 담은 서한집은 2편의 의병격문과 서화 한두 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간찰 즉 편짓글이다. 우선 갑오개혁과 동학운동 및 러일전쟁 등으로 이어지는 격랑의 시대를 바라보는 영남 유림의 시국인식이 눈에 띈다. 김도화·유도성·이상룡·박규호·송호완·김홍기 등이 그런 글을 남겼다.

김동삼의 편지는 협동학교와 군자리 처가 마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고, 1927년 9월 8일자 유인식의 편지는 아들을 먼저 보낸 아픔과 만주지역 동지들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1931년 이육사가 만주 봉천에서 보낸 두 장의 엽서도 소개하고 있다.

이동봉의 옥중서신은 감옥에서 고통스런 날을 보내던 독립운동가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전한다. 김지섭의 서신도 공판을 기다리던 1924년 여름날의 아픔을 짙게 머금고 있다. 이육사의 형 이원기가 쓴 편지는 1930년 '대구격문사건'으로 일경에 체포된 육사 형제들의 고통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순국을 앞둔 장진홍의 마지막 옥중서신도 가슴을 저민다. 편짓글의 주인공들이 대개 유림이어서 문집 발간과 행장 작성에 관한 내용도 있고, 관혼상제와 일상사를 담은 사연도 없지 않다. 상처한 뒤 재혼하지 않은 아들 걱정(유신영)이나 부의(賻儀)로 은화와 명주버선 등을 보낸다(조형규)는 사연 등이 그것이다.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은 "서한집이 독립운동가들의 숨결을 느끼고 그 정신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소중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김희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안동대 교수)는 "편짓글을 대하니 마치 독립운동가들의 육성을 직접 듣는 듯한 전율을 느낀다"며 "독립운동사뿐만 아니라 근대사회사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사진: 저항시인 이육사가 만주 봉천에서 보낸 엽서.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