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영관의 인물탐방-남병주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

"베푼 만큼 돌아오는 게 세상이치죠"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는 속담을 보면 돈은 모을 때보다 쓰는 재미가 나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흥청망청 마구 쓰라는 말은 아니다. 입고 먹고 즐기며 쓰는 일도 가치가 없다고야 할 수 없지만 재물의 보람은 역시 남에게 베풀 때 커진다고들 한다.

전기공사공제조합 남병주(南秉周·53) 이사장의 사업 지론은 "내 것만 챙기려 하지 말자"다. 자수성가형 사업가치고는 원체 악바리가 아니었다. 사업도 나 혼자 몸 단다고 되는 일이 많지 않았다. 알음알음의 도움으로 작은 노력이 모아지고서야 결실이 맺어졌다. 내 것만 아둥바둥하지 않으려다 보니 자연 '베풀고 살자'가 좌우명이 됐다.

전기공사 면허를 가진 업체는 전국에 1만여 개에 이른다. 모두 조합원 자격이 있고 또 대부분 조합원이다. 조합원 수만큼 조직과 살림이 크다. 공사 보증과 금융지원이 주업무다.

이사장 선거는 치열하다. 5년 전 그는 압도적으로 선출됐다. 재선 땐 아예 경쟁자가 나서지 않았다. "돈주머니와 살림살이를 맡길 만하다는 믿음을 얻은 덕택"이라는 게 그의 자평이다. 무엇보다 평소 인간관계가 힘이 됐다. 특히 호남의 동료 조합원이 전폭적으로 밀었다. 그래서일까, 영호남이 갈등하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안타깝다.

5년 만에 조합 현금자산을 5천억 원이나 늘렸다. 조합원도 배 이상 늘어났다. 지금 그가 고민하는 업계의 숙제는 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다. 업체는 폭증했지만 일감은 고만고만하다. 해외 진출이 미래의 돌파구다. 지금도 일부는 중동으로 나간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지난해에는 조합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베풀고 살자며 설득했다. 조합원 자녀보다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일반 학생이 더 많다. 며칠 전 장학금 전달식에서의 답사는 가슴을 찡하게 했다.

개인적으로도 고향에 장학재단을 운영한다. 아호를 따 무애(無厓)장학회라고 지었다. 딴 생각이 있는 게 아니냐는 눈도 있지만 그저 좋아서 할 뿐이다. "고향에 좀 더 가까이 있고 싶다"는 게 출발이었다. 여유를 고향 후배들과 나누고 싶었다. 장학회 일을 도와주는 후배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자리는 그에게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외환위기 때는 적잖은 돈을 떼였다. 그러나 그동안 쌓여진 신뢰가 만회의 기회를 주었다. 이사장 명함 뒷면에는 대구의 보국건설 대표와 대학씨름연맹 회장의 직함이 새겨져 있다.

전기업에서 건설업까지 진출하는 동안 느낀 게 있다. 사업이 잘 된다고 돈은 마냥 들어오지 않았다. 10년을 치면 3년 정도 들어오면 6, 7년은 고생이 이어졌다. 구멍가게 수준일 땐 저만 열심히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면 외부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다. 어떤 돌멩이가 날아 올지를 늘 생각한다. 리스크를 줄이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고향 영해의 팔순을 훌쩍 넘긴 노모나 역시 팔순의 장인 내외를 보면 미래사회 노인문제 대책이 시급하다. 직장에 다니는 딸이나 복학한 아들에게도 내 것만 챙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좋아할 친구가 누가 있겠느냐고 가르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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