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섭(金韓燮·53) KTB 네트워크(주) 부사장은 국내 벤처산업의 부침을 지켜본 산 증인이다. 벤처산업 태동기였던 1981년, 벤처업체들을 상대로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거나 직접 투자하는 회사인 (주)한국기술개발(KTB 네트워크의 전신)의 창업 멤버로 뛰어들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한국기술개발은 과학기술부가 출자, 설립한 회사로 지난 1999년 민영화한 뒤 KTB 네트워크로 상호를 바꿨다. 현재 자본금 규모는 3천여억 원으로 국내 100여 개 벤처 투자회사들의 총 자본금 중 20%를 차지할 정도이며, 그동안 투자를 통해 코스닥에 등록시킨 업체만 2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서울본사 외에 부산지사가 있고, 해외에도 미국 현지법인과 중국 북경 및 일본 동경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 회사를 창업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벤처업체들이 극소수에 불과했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뿌리내리기 시작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때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 등으로 활성화했다고 그는 돌아봤다. "벤처업계가 호황일 때 우리 회사도 수천억 원을 벌어들인 적이 있으나 거품이 빠지면서 절반 정도를 날려버렸으며,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는 것을 지켜봤다"고도 했다.
대구에는 1988년 지사를 설립, 현지 업체들을 대상으로 투자활동을 벌였으나 2년 만에 철수해버렸다. "자동차 부품업종 외에는 투자대상이 별로 없어 지사를 계속 운영하기가 어려웠다"는 것.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나 수창초등학교와 경북대사범대부설중, 경북고를 거쳐 1971년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75년 한국산업은행에 입사했으며 이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잠시 근무한 뒤 KTB 네트워크로 옮겨 과장으로 시작, 2003년 3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금도 팔순의 노부모가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고향에 간다고 한다. 영남대 겸임교수로 있는 김주섭 전 경북도 부지사가 형이다.
그는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우수한 인력 자원들을 적극 활용, 지역특성에 맞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전국 시·도 중 소득 면에서 꼴치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섬유업에만 매달려 변하는 시대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대구만큼 폐쇄적인 곳도 없는 것 같다"며 "새로운 산업을 접목시키려면 외지의 투자재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한 만큼 지역민들 모두가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고 했다. 벤처 분야만 해도 지역 출신으로 수도권에서 성공한 인사들이 상당수 있는데 "대구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과 인프라만 제대로 만들어주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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