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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릴레오의 진실

갈릴레오의 진실

윌리엄 쉬어·아리아노 아르티가스 지음·고종숙 옮김/ 동아시아 펴냄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 주장으로 인해 종교재판을 받고 자신이 주장을 철회하면서 나올 때 한 것으로 알려진 말이다. 비록 이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이 말은 갈리레오를 당시 교회의 권위에 맞서 진리를 설파한 자유주의자로 기억하게 만드는데 유용하게 쓰였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갈릴레오 신화'를 지양한다. 과학사학자인 쉬어와 가톨릭 신부이자 물리학·철학자인 아르티가스는 '갈릴레오 폄하'라는 관점도 배제했다. 공정한 시각으로 '인간 갈릴레오의 참모습'을 그리기 위해 두 저자는 갈릴레오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들을 찾아내 분석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꼼꼼히 분석하며 '논란 많은 한 천재 과학자를 위한 변명'으로 그의 업적과 진면모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 편지들을 통해 평생 고향 피렌체를 떠나지 않았던 갈릴레오가 왜 유일하게 여섯 차례나 로마를 방문했는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46년에 걸쳐 500일이 넘는 체류 기간 동안 갈릴레오는 교황이나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 귀족, 과학과 인문학 분야의 지도급 인사들을 수없이 만났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 그리고 종교적 심판을 받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한 일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극적인 방문은 역시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자신이 발명한 망원경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한 뒤 발간한 '두 가지 주요 세계관에 대한 대화' 때문이었다.

1587년 무렵 지동설을 처음 접하고, 1609년 천문관측을 시작한 뒤 20~40년의 세월을 보내고서야 자신의 뜻을 세상에 밝혔지만 그 결과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유럽 사회의 지식인 사회에서 인기 서적에 올랐지만 종교적 장애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1633년 로마로 소환된 그는 종교재판을 받았다.

엄격한 검열 끝에 그의 책은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을 더 이상 퍼뜨리지 말라는 1616년의 경고를 위반한 것으로 결론내려졌다. 이때부터 갈릴레오의 행동은 학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자신이 코페르니쿠스주의를 지지한 게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하고, 이단적 견해를 포기한다는 문서를 쓰고 서명하기도 했다.

'지동설이 옳다'는 자신의 이론을 끝까지 주장하지 못한 갈릴레오의 행동은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 후세에 데카르트와 뉴턴에게 영향을 줘 근대 물리학의 씨앗이 된 '새로운 두 과학' 저술로 소극적이나마 저항을 했다.

갈릴레오 사건이 '과학과 종교의 극단적인 대결 양상'만은 아니었다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어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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