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광은 현재의 근남면 산포리 망양정보다 옛터인 기성면 현종산 기슭 망양정이 더 좋아요. 지금이라도 뜻있는 사람들끼리 옛터에 겸재 선생의 진경산수화를 기본으로 해 작은 정자하나 짓는 게 어떨까요."
망양정 옛터가 방치되고 있는 일이 가슴 아프다는 울진역사연구소장 김성준(58) 씨. 안타까운 마음에 지난해 6월 30여년간 몸담았던 공직에서 물러나자마자 시작한 것이 망양정 관련 자료 찾기 및 연구다.
김 소장은 "채수(蔡壽)의 망양정기에는 정자 옆 건축물을 영휘원(迎暉院), 정자 뒤 벼랑에 난 오솔길을 조도잔(鳥道棧), 절벽 아래 평평한 바위를 임의대(臨?臺)라고 구체적인 이름까지 붙이는 등 옛 사람들은 바위하나 오솔길 하나에도 깊은 의미를 부여했는데 그 표현력과 풍류가 그야 말로 걸작"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지역에선 알아주는 향토사 연구가로 새롭게 발견한 유적지나 기존 사료의 기록을 정정한 것만 해도 10여건이나 되고 '온정 백암산성', '온정 광흥사 부도', '평해 월송 포진', ' 울진봉평 신라비', '울진고산성 연구' 등 최근 몇 년 사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 이로 인해 1997년엔 '자랑스런 울진군민상'을 받았고 2004년에는 전국문화원연합회에서 주최한 향토사 연구 대회에서 '울진지역의 역원에 관한 연구'로 연합회장상을 받기도 했다.
김 소장이 향토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9년. 당시 온정면사무소에 근무하면서 평해 해안과 영양 내륙을 연결하는 통로인 백암산 주령(일명 구주령) 계곡 사적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난 뒤 이를 추적해 가면서부터다. 그 이후 휴일이면 배낭 하나, 지도 한 장을 들고 지역을 누볐고, 강릉대 평생교육원에서 전문 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 문화원 부설 연구소도 만들었다. 퇴직은 그를 문화재 연구에 더욱 빠져들게 했다.
"모두들 퇴직하면 할 일이 없다고들 푸념하는데 그런 측면에선 전 행운아"라는 김 소장은 오늘도 울진의 어느 해안과 계곡을 헤매고 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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