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쌀쌀맞게 말하던 바로 그 남자와…

"여기서는 개인 컵 사용하세요"

"………………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의 첫 사회 생활. 그렇지 않아도 모든 것이 낯설고 마음 한 구석이 휑하던 나에게 그의 말 한 마디는 1월의 찬 겨울 바람만큼이나 내 마음을 시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저는 알지 못하는 대전 시내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컵을 사느라 애를 먹어야만 했습니다.

그 후 4년이 흐른 2006년 1월.

난 역시나 컵을 사기 위해 백화점, 쇼핑몰, 인터넷을 돌아다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4년 전 그 때처럼 저는 혼자가 아닙니다.

나에게 개인 컵을 사라고 쌀쌀맞게 말하던 그 남자와 함께.

물론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하기 위한 예쁜 커피잔을 고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3월이 되면 이 남자와 함께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게 됩니다. 부드러운 향기 가득한 커피잔에 살포시 녹아가는 설탕같이 부드러운 미소로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며 예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저희들 결혼식은 3월18일 오후 1시 인터불고호텔 목련실입니다.

박지연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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