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44.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지난해 80평짜리 주택을 지으면서 실내 곳곳에 한옥 디자인을 도입했다. 1층 거실 천정에 'ㅅ' 자 모양의 목재 서까래를 설치하고 대형 거실 창을 전통 문살 모양으로 개조한 것. 사무실로 쓰는 2층 방 천정에도 서까래를 놨다. 정씨는 "한옥이 주는 넉넉함이 오래 살수록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옥이 뜨고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한옥 = 건강한 집'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정씨처럼 자신의 집을 한옥 스타일로 꾸미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파트에서도 아예 실내를 통째로 전통 한옥식으로 꾸미는 한옥풍 인테리어가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불과 4~5년전만 해도 한옥식 인테리어는 일부 전원주택에 한정되거나 옛것에 대한 감상적인 동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최근에는 한옥의 우수성에 반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서울 '한옥 문화원' 장명희 부원장은 주된 주거공간이 아파트가 돼 버린 현실에서 생활공간만이라도 한옥 분위기로 꾸미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이곳에서 매년 열고 있는 '아파트를 한옥처럼'강좌에는 한옥에 관심이 있는 수강생이 이어지고 있다.
한옥 인테리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창호. 한식 창호는 한옥에서 가장 화려한 부분으로 손꼽힐 정도다. 한옥식 창호로 리모델링할 경우 비바람을 막기 위해 바깥창은 샤시창 그대로 두되 안쪽만 한식으로 교체하면 방음.방습.채광 등에 유용하다.
벽은 천연 황토를 한 겹 바르는 공법이 인기다. 진흙을 시멘트 벽 위에 얇게 바른 뒤 그 위에 한지로 발라 마무리하는 것. 대구 현대장식 이기혁 실장은 "황토 한지, 닥종이 한지, 훈민정음 프린트 한지 등 다양한 한식 벽지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며 "쑥, 황토 등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탈취·항균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마루바닥은 나무, 거실은 좌식(座式)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전체 한옥풍에 자연스럽다. 방바닥에는 한지 장판을 깔되 옛 구들장 질감을 그대로 재현한 것 등 다양한 무늬.소재의 장판을 이용해봄직하다.
◆ 한옥풍 인테리어, 이래서 좋다
서울에서 한옥풍 인테리어 전문업체 '미당'을 운영중인 엄연도(44)씨. 엄씨는 한옥이 너무 좋아 42평짜리 자신의 아파트를 한옥풍으로 개조한 이후 본격적인 사업가로 변신한 경우다.
"전원주택을 구입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고, 아파트가 가진 삭막함에는 싫증이 나고 ... 그 즈음 한옥을 만났죠". 그러나 집을 통째로 한옥풍 인테리어로 개조할만한 경력을 가진 업체가 수년 전만 하더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없었다고 했다. 그는 A급 소재를 써 5천만원에 집을 한옥으로 리모델링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만나는 한옥은 그에게 고향집 같은 편안함을 준다고 했다.
한옥식 인테리어는 기능성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정윤 씨는 "한식 창호를 달고 나서 커튼 먼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유리창에 이슬맺힘 현상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 한옥풍 인테리어, 이래서 어렵다
한옥 인테리어를 아파트, 주택에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우선 층고(바닥과 천정의 높이)가 낮은 아파트 경우 'ㅅ'자 모양의 서까래를 놓기가 아주 어렵다. 서양식 주거공간에 한옥 양식을 쉽사리 접목하기 힘든 단적인 예다.
그 다음은 인테리어 비용. 일반 인테리어에 비해 작게는 20~30%(평당 50~100만원선)가량 비쌀 뿐 아니라 벽지, 장판 등 마감재는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천연원료를 넣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2배가량 비싸다. 한옥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 공법이나 소품을 달리하면 아파트에서도 일반 인테리어 비용으로 얼마든지 한옥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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