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쁜 남성' 열풍…화장품·액세서리 매출 2배로

2004년 '메트로 섹슈얼'(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많아 자신을 가꾸는 남성), 2005년 '위버 섹슈얼'(거친 듯 부드러운 남성)에 이어 2006년은 단연 '크로스 섹슈얼'이 화두다. 크로스 섹슈얼은 메트로 섹슈얼의 가꾸기 차원을 넘어 여성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하나의 패션코드로 생각해 치장을 즐기는 남성을 뜻한다.

이같은 '예쁜 남자' 신드롬의 진원지는 영화 '왕의 남자'에 등장하는 공길 역의 이준기. 영화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마이걸'에서 이준기가 착용했던 일명 '이준기 목걸이'는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백화점 액세서리 매장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구매하기 힘들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여성스러운 패션 의류부터 액세서리, 피부관리용품까지 예쁜 남자를 위한 도우미 상품 매출이 급신장세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동대문닷컴, G마켓, 옥션, 디앤샵 등 인터넷 쇼핑몰마다 관련 매출액이 최근 2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

◆여성용은 없다. 남성이 쓰면 남성용일 뿐

비누가 아니라 세안 전용 클렌져로 얼굴을 씻고, 각질제거 전용화장품으로 얼굴을 관리하며, 눈가의 주름 생성을 방지하는 노화방지 영양크림을 쓴다. 화장품에서 성(性)간 담장 허물기가 한창이다. 얼마 전까지 남성이 구매하는 여성용 화장품은 스킨 정도로 제한돼 있었다. 민감성 피부의 남성들이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는 자극적인 남성용 스킨 대신 부드러운 여성용을 구매했던 것. 하지만 최근엔 피부관리와 미백효과가 주원인이다. 주로 찾는 제품도 스킨, 로션에서 엣센스, 아이크림, 썬크림, 미백 맛사지팩, 모공축소 화장품, 폼클렌징 등으로 다양해졌다. 립스틱이나 아이 라이너를 찾지 않는게 이상(?)할 만큼 성별 화장품이 무색해졌다.

동아쇼핑 크리니크 화장품 김혜미 팀장은 "20대 초반 남성들이 구매하는 경우와 30대 부부가 함께 찾아와 공용으로 쓸 수 있는 화장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작년만 해도 애인 또는 부부가 같이 매장을 찾아왔는데 최근엔 남성 고객 혼자서 직접 상품을 고르고, 심지어 고객카드까지 작성한 뒤 집으로 제품 카탈로그 발송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롯데백화점 SK-Ⅱ매장 김지혜씨는 "심지어 남성미의 대명사인 군인들까지 여성용을 선호한다"며 "특히 전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사병의 경우 단기간에 미백과 모공축소 효과를 보기 위해, 어머니들은 군대간 아들 선물용으로 주로 찾는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화장품 업계도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지역 백화점에 진출한 화장품 브랜드 25개 중 여성 전용에서 벗어나 남성용 화장품 코너까지 갖춘 곳은 비오템, 랑콤, 크리닉크 등 8개 브랜드나 된다. 전체 매출에서 남성들이 찾는 여성화장품 판매액도 꾸준히 증가세.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브랜드별로 10~20% 대의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얼굴은 예쁘게, 맵시는 남성답게

'피부 미인'이라는 말도 있지만 패션이 뒷받침돼야 진정 멋쟁이. 남성용 의류도 디자인과 색상에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검정·감색뿐이던 남성 정장에도 밝은 회색이나 검붉은 색으로 바뀌고, 정장의 스트라이프도 파격적인 색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소 파격적인 핑크색 카디건도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갈수록 크고 화려한 꽃무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백화점 남성 의류매장 본, 제스, 코모도, 워모 등 캐주얼 브랜드는 봄을 맞아 화사한 꽃무늬를 바탕으로 날씬해 보이면서도 볼륨감을 살려 부드러운 남성미를 강조하는 제품들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기 힘든 30대 직장인을 위해 드레스 셔츠도 화려해지고 있다. 커프스나 셔츠 깃에 '주얼리 버튼' 등을 추가로 부착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색깔만 알록달록해지는 것이 아니다. 올 봄 유행을 따라가려면 몸매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가슴 근육의 볼륨감을 살려주는 스타일이 유행인데다 최근 허리선을 강조하는 패션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롯데백화점 대구점 우영미 매장의 박윤노씨는 "요즘 V넥이 3단까지 내려온데다 재킷이 짧고 몸에 붙은 제품이 유행을 타면서 갈수록 남성들의 몸매를 드러내고 있다"며 "하지만 요즘 남성 패션의 특징을 말한다면 유행에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에 맞춰 보다 과감하고 화려한 옷을 찾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액세서리는 남성미의 포인트(?)

화려한 색상의 패션팔찌가 남성들에게 인기다. 가는 가죽에 화려한 색상과 무늬를 집어넣은 제품. '남자가 무슨 팔찌냐?'는 타박에 요즘 젊은이들은 '반지는 되는데 왜 팔찌는 안되느냐?'고 되묻는다. 그만큼 팔찌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는 뜻. 오히려 요즘은 매장에 남성 고객들이 먼저 찾는다고 한다.

최근 백화점 액세서리 매장에는 남성전용 준보석 코너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목걸이, 팔찌, 팬턴트, 귀걸이, 넥타이 장식 등을 판매한다. 브랜드별로 남성용 준보석 매출액이 20%에 이를 정도. '이준기 목걸이'는 패션 액세서리의 대명사가 됐다. 앞면과 뒷면이 다른 스타일로 디자인된 펜던트가 가죽 끈과 매치된 제품. 대백 프라자 1층 'J.에스티나' 매장에선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이 목걸이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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