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한데이-사랑하는 아들 수경이에게

매일 새벽 무거운 가방 메고 학교 도서관으로 향하는 네 뒷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는 가슴이 찡하단다. 취업 준비생 아들·딸을 둔 엄마들 마음이 다 그렇겠지만 저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부모 힘든 형편 생각해서 혼자 일찍 철들어 버린 내 아들, 말썽 한 번 피운 적 없이 잘 자라 준 내 아들, 뭐 하나 사달라고 조른 적도 없었던 내 아들, 그저 혼자 제 할 일 묵묵히 해 온 내 아들. 그래서 너를 대하는 이 엄마 마음이 더욱 아리나보다.

작년 여름 다니던 직장 그만 두고 다시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 내색은 않았지만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단다. 요즘같이 취직하기 힘든 세상에... 하지만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열심히 시험 준비 잘 하고 있는 너를 보면서 처음 했던 걱정이 이제는 한없는 고마움으로 바뀌었단다. "이런 건 고생이 아니라 당연히 거쳐야 할 관문"이라며 엄마를 안심 시키는 너를 볼 때마다 이쁘고 대견해서 엉덩이라도 토닥여주고 싶단다.

늘 활짝 웃는 내 아들, 아침에 봤던 네 얼굴을 한 낮에 보고 싶어 사진첩을 꺼내 봤더니 25년 전 달성공원에서 찍은 사진이 눈에 띄더구나. 한참을 들여다봤지. 이렇게 귀여웠던 내 아들이 훌쩍 커서 어른이 되었네. 그런데 엄마랑 찍은 최근 사진이 한 장도 없더구나. 그동안 우리 사이가 그렇게 소원했나? 그래서 말인데 시험 끝나고 엄마랑 달성공원에 사진 찍으러 가지 않을래? 크게 확대해서 거실 벽에 걸어뒀음 좋겠다.

그리고 엄마가 자랑하고 싶은 게 있는데... 폰카 찍는 거랑 문자 메시지 보내는 법을 완벽하게 익혔다는 거 아니겠니. 몇 번을 가르쳐 줘도 까먹고 다시 물어 보는 답답한 엄마한테 너는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었단다. 똑같은 걸 수십 번 반복해서 가르쳐 준 내 아들의 인내심... 정말 존경한다. 조금 전에 엄마가 문자 메시지 보냈거든. "내 아들 파이팅. 사랑한다."

전정임(대구시 남구 대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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