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두 얼굴/로버트 A. 아이작 지음/강정민 옮김/이른아침 펴냄
"사실 가난하다는 게 뭔지 잘 몰라요."
세계화의 수혜를 받으며 부를 축적한 부자들. 그들은 대중들에게 세계화를 통해 모든 국가와 개인이 똑같이 부유해질 수 있다는 약속을 공공연하게 떠들어댔다. 하지만 실제로 드러난 결과는 이런 약속이 얼마나 헛되고 기만적인 것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줄 따름이다. 세계화를 선도한 나라들조차 개인들 사이의 빈부격차가 급속도로 심화되고, 중산층은 상류층이 아니라 하류층에 포섭되면서 역사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올해 들어 주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양극화 해소'이다. 빈자에게는 부(富)를 쌓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부자만 더욱 부를 누리게 하는 양극화현상은 선진국에서도 부자와 빈자의 삶의 격차를 끝간 데 없이 벌여놓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뉴욕 페이스대학 국제경영학 교수인 로버트 A. 아이작 교수는 '세계화의 두 얼굴' 통해 부유한 '보수주의자들의 반란'(세계화)이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고 세계경제의 변화속도를 높여 마침내 부자와 빈자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또한 새삼 우리 곁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빈자와 빈국들의 참상을 숫자와 통계로 확인시켜준다.
저자는 슈퍼부자들이 누구인지, 빈자들은 왜 늘어나는지, 세계화의 뼈대를 이루는 규칙은 무엇인지,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의 방법은 없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부자들이 우연에 의해 갑부가 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들은 '상황, 시간, 국가'라는 세 요소를 잘 활용한 인물들이라고 묘사한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가 세계 최고갑부로 부상한 데는 당시의 상황과 시간, 국가라는 세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것. 물론 그가 재능과 능력도 있었지만 그보다 앞서 '미국에서 부자'로 태어났고, 그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급부상하는 실리콘 밸리의 물결을 먼저 간파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립, 혁명의 최첨단에 나설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 대처 영국총리와 레이건 미국 대통령 때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세계화는 2000년에 이르러 지구상에 100만달러 이상 투자가능 자산을 가진 부자들 수가 700만명을 넘어서게 했고, 억만장자 425명 중 미국인인 274명을 차지하게 했다.
저자는 빈부격차 심화현상을 해결하려면 부국과 빈국의 교육격차 해결이 최우선순위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도 기술적 지식과 세계경제가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재정이 풍부한 교육기관이 아니면 따라잡기가 불가능하고 부국들이 교육 표준을 유례 없이 높여놓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복제, 벤처자본 유치,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등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10억 명이 넘는 지구촌 빈곤층은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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