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원주택을 찾아서-대구시 동구 중대동 이충세씨 집

"봄이 되면 복사꽃이 활짝 피고 여름이면 푸른 빛이 우거집니다. 공기가 너무 좋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몸 상태가 다릅니다".

이충세(60) 씨는 전원생활에 대한 자랑으로 침이 말랐다. 20일 낮 대구시 동구 중대동 파계사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 길을 따라 들어간 이 씨의 집. 주변에 밭과 과수원이 지천인 그의 집 앞에는 수령이 수 백년은 됐을 법한 아름드리 정자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새순이 파릇파릇 돋는 봄이면 주변 산과 어우러져 장관이 될 법했다.

"가지고 있던 땅 다 팔았지만 이 집 터에 만큼은 내 집을 짓고 싶었습니다".

이 씨가 이곳에 집을 지은 것은 자연의 정취에 반해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집은 팔공산 응봉을 지척으로 바라보는 정남향의 양지뜰에 있다. 둥그스름한 산세를 닮은 집 주인의 인심이 넉넉해 보인다.

이 씨는 3년전 대지 150여평, 건평 50여평 규모로 현재의 집을 지었다. 대구에서 식품제조업을 하던 그는 지난 1989년 이 일대 3천여평에 달하는 땅을 매입했다. 이후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다 매각하고 현재 자신의 집 터만 남겨 놓았다는 것.

건축비로 평당 400만원, 모두 2억원 가량이 들었고 집을 짓는데는 5개월 가량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요즘도 대구 시내로 거의 매일이다시피 출근한다는 이씨는 20~30분 남짓하면 시내 어디든 발길이 닿는다고 했다.

"우리 집 어디에서나 정자나무와 산이 보이도록 창을 냈어요".

이 씨는 3년전 설계회사에 의뢰해 제작한 집 모형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50평에 어울리는 아담한 디자인. 종이로 만든 집 모형에는 '내가 살 집'에 대해 오랫동안 품어온 그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녹아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채광. 1층 거실과 큰 방,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그리고 2층 방…. 집 안 어디에서나 정자나무와 산을 볼 수 있다. 대개 전원주택 2층이 답답한 다락방 분위기가 나기 일쑤인데 이 씨 집 경우 2층 복도에 난 대형 유리창이 시원함을 연출하고 있다.

거실은 이 집에서 가장 볼 만하다. 'ㄱ'자 형으로 생긴 이 집의 튀어나온 공간이 바로 거실. 남쪽과 동쪽이 큰 유리창으로 돼 있어 커튼을 걷는 순간 햇살과 전원의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여름에는 바람길이 된다. 난방비도 절약된다.

"심야전기를 쓰니 본래부터 난방비가 적은데다 충분한 햇살 덕에 겨울 한 낮에도 온도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씨는 집을 지으면서 필요한 곳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다. 채광을 중시한 그는 실내 여러곳에 창을 내면서 최고급 소재를 썼다. 실내에 달린 대형 유리창도 기능성 구조로 돼 있어 여닫기가 쉽고 방범에도 유리하다. 날벌레가 많은 야외임을 감안해 유리창마다 꼼꼼하게 방충망을 달았다.

강화유리로 만든 현관문에만 300만원이 들었다. 실내에 앉아서도 밖을 볼 수 있어 속이 시원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은 1천만원이 들었다. 역시 최고급소재 원목을 썼다고 한다. "2층에 방이 2개나 있어서 오르락 내리락 할 일이 많으니까 최고급으로 썼죠". 삐걱대는 소리나 뒤틀림이 전혀 없다고 했다.

별도의 가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유독 붙박이장이나 수납공간을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정원이나 조경에는 상대적으로 비용을 아꼈다.

"전원주택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선뜻 결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좋은 공기와 자연을 원하는 분이라면 한번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글.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 : (위로부터)이충세 씨의 집은 봄이면 주변 정취와 어우러져 장관이다. 이 집에서 가장 볼 만한 곳은 튀어나온 거실. 이충세 씨 집 앞 노거수. 집의 구조를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충세 씨. 현관 앞 데크 쉼터. 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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