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의 피로 '춘곤증'…무서운 졸음운전

봄철로 접어들면서 주체없이 쏟아지는 졸음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봄', '졸음'하면 떠오르는 것이 졸음운전. 특히 장거리 나들이가 많은 봄철에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욕심에 쉬지 않고 달리다 쏟아지는 졸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기 십상이다.

◆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

지난해 2월 27일 중앙고속도로 장천터널 부근, 대구에서 춘천방향으로 주행 중이던 승용차가 갑자기 갓길 방호벽을 들이받고 튕겨져 나와 다시 터널입구를 들이받아 차에 타고 있던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전 9시40분에 일어난 이 사고는 경찰조사결과 운전자의 순간적인 졸음이 부른 참사로 밝혀졌다.

"시속 100km 주행속도로 5초 가량 졸았을 경우 자동차는 이미 140m 가량을 주행하고 난 뒤 입니다. 졸음운전은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운전자가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어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도로공사 경북본부 교통정보과 조준환 차장은 졸음운전 교통사고 현장의 대표적인 특징이 '스키드 마크가 없는 사고'라고 지적했다. 도로에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졸음운전이 혈중 알코올 농도 0.1% 상태의 음주운전보다 나쁘다는 미국의 한 의학협회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막 잠에서 깼을 때는 장시간 잠을 자지 않은 상태보다 멍한 상태가 더 강하게 지속돼 뇌의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에서 만난 한 5t 화물트럭 기사는 "졸음운전이 가장 섬뜩하다"며 "운전중에 졸음이 오면 발을 쿵쿵 굴러보기도 하고 꼬집어도 보지만 졸음에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연구소에서는 고속도로에서 트럭을 연속 주행한 운전자의 졸음상태를 분석, 주행 3시간이 지나자 졸음치가 급속히 증가함을 밝혀냈다. 이는 3시간 이상의 연속 운전이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 고속도로 사고원인 1위

한국도로공사 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2천880건.경미한 사고 제외) 원인 중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668건(사망 249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는 과적.난폭운전이 623건, 핸들 과대조작이 474건, 전방주시 태만이 375건이었다.

전반적인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체의 28~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치사율도 9~13%에 달해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추세다.

졸음운전이 일어난 대부분의 사고 지점은 도로선형이 직선으로 쭉 뻗어 속도감이 덜 느껴지거나 지루함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졸음운전은 봄철에 가장 많았다. 지난 한 해 고속도로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4월과 7월이 가장 많았는데 특히 4월 경우 69건으로 전체 졸음운전 668건 중 10.2%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시간대별로는 새벽 3시~새벽 6시가 전체 사고중 22%로 평균보다 2배가 높은 사고 발생률을 기록했다.

◆ 졸음운전 대책은?

미국 연방법은 트럭운전사가 운전하기 전 8시간 이상 휴식을 취하지 않은 채 10시간 이상 운전하는 것을 금지, 이를 위반하면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법제가 없지만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시설물들이 고속도로상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차가 차선을 벗어나 가드레일쪽으로 다가갈 경우 '드르륵' 소리를 내는 차로이탈 인식시설이 그것으로 사고 위험을 약 70%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한국도로공사경북본부 이상률 차장은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것은 휴식"이라며 "25~30km마다 설치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졸음운전 예방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 : (위)졸음으로 인한 사고는 '스키드마크가 없는 사고'로 특징지워진다. 운전자가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아래)경부고속도로에 설치된 차로이탈 인식 시설. 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