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영혼의 부족, 코기를 찾아서

영혼의 부족, 코기를 찾아서/ 앨런 이레이라 지음/이태화 옮김/ 샨티 펴냄

스페인 침략 후 안데스의 깊은 밀림 속으로 자취를 감췄던 코기 인디언, 그들이 500년 은둔을 깨고 바깥 세계를 향해 입을 연 까닭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인류의 '형님'이라고 부르는 종족, 코기 인디언. 그들은 이른바 문명 세계의 사람들을

'아우들'이라 부른다. 그리고 아우들에게 중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를 세상에 전한 사람은 영국의 방송 프로듀서이다.

영국의 역사가이자 BBC의 TV 다큐 프로듀서인 앨런 이레이라가 쓴 이 책은 코기족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찾아가는 과정과 그들과 어려운 만남을 이어가면서 담은 메시지와 일상,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신비를 이해하고 탐구해 가는 과정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 것이다.

코기족이 저자를 통해 세상에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절박하다. 그들은 '아우들'에 의해 어머니 지구의 균형과 조화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으며, 이러한 파괴를 부르는 것은 아우들의 무지와 탐욕이라고 말한다.

아우들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정신(또는 영혼) 세계가 하나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텔레파시 등 신비한 능력을 소지하기도 한 이들 코기족은 지구의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예언한다.

그것은 비단 '아우' 세계의 파멸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형님'인 그들 자신의 파멸이기도 하다.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500년 은둔을 깨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메시지를 전하도록 만든 절박한 이유였고 동시에 책임감이었다.

파멸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인류가 그 동안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 메시지의 결론이다. 선택은 '아우들' 곧 인류에게 달려 있다고 한다. 이 메시지를 전하고 코기족은 다시 은둔의 땅으로 모습을 숨겼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그들과 접촉한 매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지금도 침묵 속에서 바깥 세상 사람들을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시에라 산 정상의 빙설이 점점 더 녹아서 사라지고, 산 아래 나무들이 베어져 농경지로 바뀌고, 밀림이 잘려나간 자리에 대규모 유전이 들어서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코기족은 안데스 산맥의 북쪽 끝, 콜롬비아의 시에라 네바다 데 산타 마르타라는 해발 6천m에 이르는 고지 어딘가에 살고 있다. 이곳은 과거 '타이로나'라는 잊혀진 문명이 번성했던 곳이다.

코기족 사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저자는 코기족이 전하려는 메시지 외에도 그들의 독특한 정신 세계와 의식, 점, 생활 관습, 마을의 구조, 남녀 문제, 교육(특히 '모로'라 불리는 선발된 아이에 대한 특수 교육), 경제 생활, 황금 가공술 같은 기술과 지식의 전수, 도덕 등에 관해서도 많은 정보를 심도 있게 전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소중한 메시지는 저자 특유의 흥미로운 글쓰기 방식, 지적 탐험의 즐거움, 그리고 토착민과 서구인 사이의 동등하면서도 깊이 있는 정서적 나눔이 더해지면서 더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경북 영양 출생으로 경북대 통계학과를 졸업했으며 1991년 대구 페놀 사건을 계기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환경 단체인 녹색연합에서 생태와 국제연대 담당자로 오랫동안 일해온 이태화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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