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반찬거리를 준비해 놓고 돌아서면 갈매기들이 다 집어먹고 없어요. 30여 년간 청춘을 보낸 독도에서 몸이 허락할 때까지 있겠습니다."
지난 19일 새벽 12년 동안 살아온 울릉도 생활을 접고 쪽배(독도호)에 이삿짐 보따리를 싣고 독도 서도 어업인 숙소에 터를 잡은 김성도(66·독도리 산 20번지)·김신열(68) 씨 부부를 찾아 나섰다.
김씨 부부가 타고 온 1.3t 짜리 독도호는 높은 파도 때문에 뭍으로 끌어 올려져 있었다. 높은 파도와 강풍 때문에 하루도 고기잡이를 못했다.
김씨는 "바닷가를 다니면서 고무조각, 나무토막까지 주워 모아 필요한 것을 만들어 쓴다"며 "새 삶을 사는 것 같이 설레기도 한다"고 말했다.
독도 체류허가를 받고 김씨와 함께 옮겨 온 이예균(푸른울릉·독도가꾸기 모임 회장) 씨는 고기잡이 준비를 위해 기름때 묻은 목장갑을 끼고 하루 종일 '독도호' 정비와 숙소단장을 하고 있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김씨 부부와 이예균 회장이 입주한 3층짜리 어업인 숙소와 국민 성금으로 건조한 '독도호'는 이들에게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다.
김씨의 3층 집은 대지 120평방미터에 방 네 칸과 주방, 화장실 정수·담수 시설 발전시설 등이 마련돼 있었다.
김씨 부부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생활용수 부족과 통신두절.
또 목욕이나 빨래는 숙소 지붕에 빗물을 받아서 하고 정수해서 식수로 쓸 요량이지만 물탱크에는 빗물이 턱없이 부족해 세수는 바닷물을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비가 적을 경우 빨래도 바닷물로 해결해야 한다.
김씨 부부와 이예균 회장의 하루는 오전 5시부터 시작된다.
"아침 6시 전에 아침밥을 지어 먹고 이것 저것 손질하다 보면 날이 밝아 버리지. 너무 속이 편해. 누가 귀찮게 하는 사람이 있나. 독도에 오니까 있던 병도 다 사라진 것 같다."며 김씨는 만족해했다.
김씨는 바다날씨가 순조로워지는 3월부터 문어잡이 꿈에 들떠 있다.
제주가 고향인 아내 김씨는 '독도 선장'인 남편과 결혼한 뒤 30년 넘게 독도에 살 때 '물질'을 해 왔지만 두 달 전 허리를 다쳐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대신 근처 바위에서 돌김을 채취해 말리고 어수선한 숙소를 정리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내 김씨가 소주 1병과 문어·해삼·소라 안주 한 접시를 들고 나왔다. 어제 독도 주변 해상에서 조업중이던 울릉도 도동어촌계 어민들이 독도 이사를 축하한다며 주고간 것이다.
김씨 부부는 고기잡이로 수입이 생길 때까지 생활비 걱정 때문에 마음 한쪽이 무겁기도 하다.
난방을 위해 3층 집에 들어가는 기름값이 만만치 않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낮에는 발전기를 끄고 지낸다.
국민들은 독도에 가는 뱃길을 울릉도에서 잠깐 배를 타고 가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울릉도 도동항에서 빠른 군청 행정선을 타도 왕복 7시간, 어선을 타면 8시간, 쾌속 여객선을 타면 4시간, 해경경비함을 이용하면 6시간이나 걸린다.
이예균 회장은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사람이 살고 있고 살 수 있는 섬'으로 만드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기자는 독도주민인 이들의 가슴속에 피어나는 또 하나의 조국 '독도'를 확인하고 발길을 울릉도로 돌렸다.
독도에서 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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