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울산에서 태어난 불구의 꼽추시인 서덕출 선생(1906~1940)이 1925년 '어린이'라는 잡지에 발표한 '봄 편지'라는 제목의 동시다. 이 작품은 우연히 만주에서 '어린이'를 보았던 윤극영 선생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져 아지랑이처럼 잔잔하면서도 뜨겁게 불렸다.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고 있던 일제 강점기의 우리 민족에게 머잖아 해방의 푸른 봄이 오리라는 희망을 남모르게 심어주었음은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마침내 해방이 되기는 했지만, 남북으로 갈라졌으니 진정한 의미에서 그리운 봄은 아직까지도 오지 않았는가.
민족이나 역사라는 거창한 개념을 떠나서 보더라도 희망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노래 속의 푸른 편지가 날아들기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시대 또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봄 편지'는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1961년 3월 초순, 생애 최초의 음악 시간에, 처음으로 배웠던 노래다. 게다가 풀 베고 소 먹이던 어린 시절에 시도 때도 없이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막연하게나마 나에게도 어느 날 문득 버들잎 푸른 편지가 배달될 것이라는 희망을 남모르게 품고 지내기도 했다.
이제 바야흐로 내일 모레면 버들잎 너울대는 삼월이다. 오는 삼월에는 일생 동안을 꼽추로 방안에서 누워 지내면서도 실로 무수한 사람들에게 푸른 편지를 배달했으나, 단 한통의 답장도 받지 못했던 서덕출 선생에게, 저승으로나마 버들잎 편지가 날아들었으면 참 좋겠다.
그동안 나의 글을 읽어주셨던 몇몇 독자들, 아니 독자가 아니더라도 희망이 필요한 이 세상 모든 사람들께도 푸른 편지가 배달되기를, 와룡산에 서 있는 무수한 나무들, 그 하나하나에 두 손을 모으고 기원한다.
이종문(계명대 사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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