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가진 부모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업, 취업, 국가고시에서 '딸'들이 '아들'들을 훨씬 앞지르는 여고남저(女高男低), 여세남점(女勢男漸)의 시대가 도래한 때문이다.
26일 아들 둔 부모들을 위한 '지침서' 6, 7종의 신간들이 쏟아지고 있는 대구시내 한 대형서점. 남학생 학부모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진지하게 여러 책을 펼쳐보던 이들의 고민은 하나같이 '왜 내 아들은 이웃집 딸보다 공부를 못할까'이다. 한 중년 남성은 "수도권에 이어 남녀공학 중·고교가 보편화되면서 여학생들 학력이 남학생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초교 6년과 중 2의 우리 아들들이 걱정돼 서점에 나와 봤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9일 남녀공학 전환 이후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대구 덕원중학교. 학력우수상을 받은 전교 1~26등 가운데 남학생은 단 5명이었다. 같은해 남녀공학을 실시한 이웃 시지중에서도 1~10등의 졸업생 가운데 8명이 여학생.
올해 18명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수성구 모 남녀공학 고교는 여학생 합격자가 3명에 그쳤지만 전세 역전이 멀지 않았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많은데도 올해 입학한 내신성적 3%내 신입생 21명 가운데 14명이 여학생이었다. 대구시내 성적 상위권 4개 남녀공학 고교의 내신 3%이내 신입생 남녀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체 69명 가운데 45명(65.2%)이 여학생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02년까지 52곳에 머물렀던 대구 남녀공학 중학교가 최근 3년새 배 가까운 95곳으로 늘어난 때문. 중학교마다 여고남저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집 옆의 남녀공학 고교를 마다하고 먼거리에 있는 남자 학교로 아들을 진학시키려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른들 시험에서도 온통 '여풍(女風)'. 대구 교원 및 공무원 신규 채용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압도적이다 못해 기형적이다. 지난 3년간 대구시교육청 초·중·고교 임용고사에 합격한 여성은 1천732명으로 전체(2천58명)의 84.1%. 최근 5년간 대구시청 일반행정 9급의 여성 합격자(332명) 또한 전체(546명)의 60.8%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사시, 행시의 수석합격을 모두 딸들이 차지했고, 군 가산점을 비롯해 여성이라서 받는 제한이 사라지는 다른 시험에서도 딸들의 독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몸무게와 키 제한을 없앤 소방공무원 채용에서부터 여성 비율이 크게 늘어날 조짐이고,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는 간부 10%, 하위직 20~30%로 여성 비율을 제한해 온 경찰직에 시정 권고 조치를 내렸다.
남녀공학 중·고교의 일선 교사들은 "아들들의 능력이 딸들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한다. 수성구 덕원중, 시지중의 성적 상위권은 여학생 비율이 훨씬 높지만 전교 1등은 모두 남학생이다. 개인차가 있고, 암기력과 언어능력이 뛰어난 여학생들이 내신에 뛰어난 반면 범위가 일정하지 않은 모의고사에서는 남학생들 성적이 부쩍 올라간다는 설명.
교사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은 능력을 잘 발현하는 분야가 서로 다르고 개인차도 커 맞춤식 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우리 입시 현실 때문에 여의치 않다"며 "어릴 때부터 여학생들에 뒤처진 남학생들이 사회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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