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정동영, 2.28을 아는가

내일이면 대구에서 2'28 학생 민주의거가 일어난 지 46주년이 된다.

반세기 가까운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신세대들은 2'28 민주의거의 역사를 깊숙이 알지 못한다.

1960년 2월 28일 대구 시내 8개 고교 학생들이 이승만 독재 정권의 부패와 부정 선거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났던 '2'28 학생 민주운동'은 뒤이은 3'15 의거와 4'19 혁명을 이끌어 낸 한국 민주운동의 효시다. 왜 그날 어린 고교생들이 서슬 푸른 독재정권에 맞서 경찰 곤봉을 맞고 피를 흘려 가며 교문을 뛰쳐나왔던가. 더럽고 썩은 정권이 순수한 학생들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46년 전 그날로 돌아가 집권당이 선거에 이기고 싶은 야욕에 사로잡히면 어린 학생들을 어떤 수법을 써 가면서까지 악용하려 드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떤 심판으로 단죄되는지를 보자.

당시 자유당 정권은 3'15 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낮은 지지도에 초조해 있었고 2월 28일엔 대구 신천둑 주변에서 야당 후보(장면 박사)의 대규모 선거 유세가 예정돼 있었다.

2월 28일은 일요일이었음에도 집권당은 유권자들이 야당 유세장으로 몰리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동(洞)과 직장 단위로 각종 행사를 만들어 시민들이 야당 유세가 끝날 때까지 신천으로 못 나가게 행사를 계속시켰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일요일 등교'로 발을 묶었다.

경북고는 학기말시험을 치게 하고 대구고는 난데없는 토끼 사냥을 보내고 사대부고는 임시 수업, 대구상고는 졸업생 송별회를 급조했다. 그러자 치졸한 선거 공작에 분노한 어린 학생들의 대규모 학생 시위 항쟁이 촉발했고 그날의 대구 학생 민주의거 열기는 보름 뒤 3'15 마산 의거, 다시 한 달 뒤 4'19 혁명으로 이어져 마침내 독재정권을 쓰러뜨렸던 것이다. 그런 2'28 의거를 되새기면서 집권당의 의장이란 사람이 실업계 고교생을 놓고 한 편 가르기 식 발언을 곰곰 생각해 본다.

지난 집권 3년 동안에는 실업계 학생들쯤 눈에 보이지도 않다가 지방선거 앞두니까 갑자기 2'28때 일요일 토끼 사냥 보내는 식으로 150만 실업고생 가족표 관리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인가.

서울대를 수구 기득권층의 상징인 양 탐탁잖게 공격하면서 '가난한 학생도 서울대에 많이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는 모순된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그런 정동영 씨를 향해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애들도 알 건 다 알어, 그리고 실업계 학교 지금도 잘 돌아간다. 웃기지 말고 경제나 잘 챙겨라!'

'실업계 고교생을 정치 놀음에 꼭두각시로 삼지 마라. 꼼수 생각할 시간에 나라 걱정이나 한 번 더 해라' '고등학생까지 선거 때 득 볼 생각이라고 솔직히 털어놔라' '어린애들을 정치에 끌어들이지 마라' '지지율 추락하니까 이젠 어린 학생들에게 표 달라고 한다 한심스럽다' '실업계 자존심 긁어 놓지 말고 가만히 놔둬라. 실업계 걱정 말고 너나 잘하세요' '이 나라 경제를 상고'공고 실업계 출신들이 일으켜 놓은 거 너도 알지? 근데 니들이 망쳐 놓았지…' '이제 순진한 고삐리(고교생)까지 선거용 소모품으로 써먹고 버리려 하네요'

'실업계가 기회주의자를 좋아할 것 같은가. 실업계 학생들 졸업 후 취직이나 잘 되게 경제나 쌩쌩 돌려라'.

불평도 비아냥도 아닌 민심의 소리로 들린다. 토끼 사냥과 일요일 임시 수업이 정의가 아닌 것을 알았던 46년 전의 고교생들이나 오늘의 네티즌이나 정치꾼의 술수에는 명경지수처럼 깨어 있음을 본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의 희망이기도 하다. 정동영 의장, 그가 2'28 의거의 역사와 정신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 어떤 민중의 힘보다 때 묻지 않은 어린 민심을 더 두려워 해야 한다.

金廷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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