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0리 뱃길 달려 봄을 맞으러…홍도·흑산도 여행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다. 이제 곧 경칩. 그런데도 겨울은 꼬리를 드리우고 있다. 마지막 반짝 추위가 기세를 부려보지만 마음만은 봄이다. 화사한 봄이 그리워 찾아간 남도의 섬 홍도와 흑산도. 이곳엔 봄이 가까이 와 있다. 동백 숲에도 완연한 봄기운. 벌써 몇 번 피고지고를 거듭했을 만큼 춘심(春心)이 동했다. 혹 봄을 만나지 못한들 어떠랴. 남도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지천이다.

전남 목포에서 120㎞. 지겹다 싶을 정도의 뱃길. 여객선 문이 열리고 2시간20분의 갑갑함에서 풀려나 기지개를 켜는 순간 화들짝 놀란다. 항구를 에워싼 붉은 빛의 암벽, 가파른 언덕 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영화 속 어디에선가 본 듯한 풍경이다.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홍도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하긴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둘레 20.8㎞의 자그마한 섬. 아름다움이 차곡차곡 압축되어 있는 비경은 바닷가 해안을 돌아가며 있다. 유람선을 타지 않고는 홍도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홍도라는 이름도 저녁놀이 질 때 비친 바닷가 해안 절벽까지 붉게 물든다는 데서 유래됐다. 유람선도 이때에 맞춰 타는 게 좋다. 유람선에서 보면 바닷물이 옥빛이다. 여름이면 더 투명해진단다. 홍도 한바퀴를 도는 유람선은 2시간 30분 코스로 1만7천원.

갖가지 바위들이 각각의 모양을 만들어냈다. 거제도 해금강과는 또 다른 볼거리. 이런 해안가 풍경은 유람선 출발지인 홍도1리에서 홍도2리 마을까지 죽 이어진다. 홍도2리는 1리에서 해안선도로를 따라 2시간30분이면 닿는다. 찻길은 없다. 이곳의 풍경도 이국적이다. 언덕 위 하얀 등대가 눈길을 끈다. 4월이면 유채꽃이 마을과 등대를 배경으로 더 화사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섬 일주 유람 도중 고깃배도 만난다. 유람선에 배를 대고 즉석에서 회를 썰어 판다. 뻔한 장삿속이지만 어차피 여행의 한 재미다. 사람들이 회 한 접시에다 소주 한 병을 곁들여 바다 맛을 본다. 경치에 취하고 술에 취하다보면 어느새 섬 유람도 끝난다.

섬 안에선 자생난실이 볼 만하다. 섬에서 나는 난들을 배양해 꾸민 난실이다. 이곳 뒤에는 일출전망대와 토속신당터가 있는 소공원.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 곳이다. 겨울내내 동백꽃이 피고지고를 반복했는지 바닥엔 떨어진 동백꽃이 많다.

홍도 가는 길 반드시 들러야하는 섬이 있다. 흑산도다. 관광이 주업인 작은 섬 홍도와 달리 흑산도는 제법 크다. 다도해 어업 중심기지로 삶의 냄새가 물씬한 곳이다. 홍어가 아니래도 흑산도는 아름다운 매력이 있는 곳이다. 볼거리도 홍도 못지않다. 40km에 이르는 해안선 곳곳이 절경이다.

홍도에서 30분 걸려 도착한 흑산도 예리항. 이곳에선 홍도와 달리 택시를 타고 일주도로를 돌아보는 여행이 좋다. 중간중간 비포장도로가 있어 택시도 갤로퍼, 스포티지 등 4륜구동형 차량이다. 택시대절료는 5만원. 버스는 도로포장이 된 곤촌리까지만 갔다가 돌아온다. 먼곳까지 왔는데 이왕이면 섬 일주가 낫다. 다산 정약용의 친형 정약전이 유배를 왔던 사리 등 해안을 따라 13개 마을을 거친다.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잡아야한다.

12굽이 고갯길위의 상라산에서 보는 예리항 풍경과 홍도로 지는 석양이 볼만하다.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을 두고는 이곳 사람들이 섭섭하게 생각한다. 노래비제막식 때는 물론 아직 한번도 가수 이미자씨가 들르지않았단다.

심리를 지나면 정약전이 유배돼 15년을 머물렀던 큰 마을인 사리(모래미)다. 그는 이곳에서 물고기와 해산물 등 총 227종을 채집해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저술했고 복성재(復性齋)라는 서당을 지어 사람들을 가르쳤다.

▶여행수첩=목포에서 홍도까지는 115㎞. 배는 목포 여객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남해고속(061-244-9915~6)에서 아침 7시30분, 오후 1시20분, 동양고속(061-243-2111~4)에서 아침 7시50분, 오후 1시20분 배가 있다. 이 배는 흑산도에도 들른다. 홍도에서 목포행 배는 오전 10시30분과 오후 3시30분에 있다. 2시간30분 걸리는 목포-홍도 쾌속선요금은 3만2천600원. 30분 거리인 홍도-흑산도는 7천850원.

그 외 홍도 입장 때 문화재관람료 1천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입장료 1천600원이 추가된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사진 : (위)홍도 유람선은 둘레 20.8㎞의 홍도 해안선을 따라 색다른 비경을 보여준다. (가운데)자산어보를 쓴 정약전이 유배생활을 했던 흑산도 사리항. 동양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절경이다. (아래)홍도 자생난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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