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궁화는 없고 KTX만 있네!' 서민 '울화통'

"어! 집으로 가는 열차가 없어졌네.·", "결혼식에 빨리 가야하는데…"

1일 오전 대구·경북지역 각 철도역에는 몇 편 안되는 열차의 발차 소음보다 역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울화통 터뜨리는 소리가 더 컸다.

밤샘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상인은 열차가 사라져 무거운 짐을 진 채 발걸음을 돌려야했고, 친척 결혼식에 늦게 된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더욱이 철도공사 측이 파업으로 열차 감편이 불가피해지자 KTX만 집중 배차, 상대적으로 운임이 저렴한 새마을호·무궁화호는 거의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은 이날 두번 울어야했다.

◆대구

칠성시장 상인 심상모(40·경북 구미) 씨는 1일 오전 6시 쯤 무거운 짐을 들고 대구역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북부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는 것.

"밤샘 장사를 끝내면 매일 대구역에서 새벽 6시 24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구미로 가는데 오늘은 열차가 사라져버렸어요. 가뜩이나 힘든데 차비를 더 들이고, 시간까지 허비하니, 서민들의 발을 묶어버리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겠습니까" 그는 발끈했다.

1일 오전 6시 30분쯤 동대구역을 찾은 김상열(45) 씨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있었다. 급한 볼일 때문에 빨리 서울에 가야하는데 열차가 없다는 것.

"좌석이 남은 열차는 오전 11시가 첫차랍니다.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시간이 늦으니 어떡하죠?" 그는 황당해했다.

서울 결혼식에 가기 위해 이날 오전 6시 59분 대구역발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를 예매했다는 박주용(63) 씨 부부는 이날 오전 대구역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열차편이 취소됐으니 표를 반환하고 동대구역으로 가보라는 역 직원의 얘기를 들은 것.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KTX는 9시 넘어 출발한다는데 표가 있다는 보장도 없고 결국 다른 교통편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게됐습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부부는 분통을 터뜨렸다.

더욱이 대구역 열차운행 안내판에는 여전히 열차가 정상운행되는 것으로 띄워져 있어 이를 믿고 있던 승객들이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열차운행안내판에는 오전 7시가 넘어서야 기존 열차시간표 대신 '조정중'이라는 글귀가 떴다.

동대구역에서 부산으로 가려던 대학생 박제원(22) 씨는 "오전에 부산으로 가는 무궁화호는 2회, 새마을호는 아예 없었다"며 "요금이 배나 비싼 KTX를 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역의 경우, 1일 오전 4시 이후 이 곳에 정차하는 무궁화호 상행선은 단 두편이었다. 기존 배차계획대로라면 24편이 대구역을 지나가야 하지만 파업으로 인해 거의 모든 무궁화호가 취소된 것. 새벽 4시 3분 대구역을 거쳐 서울로 향하는 무궁화호만 당초 예정대로 정상출발했고 이후 무궁화호는 밤 9시42분 김천까지만 가는 열차편 뿐이다.

동대구역에선 이날 운행열차가 왕복 기준으로 무궁화 8회, 새마을 8회, KTX 34회에 그쳤다. 평소엔 무궁화 44회, 새마을 18회, KTX 99회 수준이었다.

특히 서울 방면은 매진 사태가 이어지면서 대다수 승객이 고속버스터미널로 발길을 돌렸다.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타는 승객만 하루 평균 3만2천600여 명에 이르는데 열차 감편 운행으로 2만3천여 명 가량의 발이 묶였다.

◆포항

서울행 새마을호와 동대구·부전(부산)행 무궁화호 및 동대구행 통근열차 등 하루 28편의 열차가 왕복하는 포항역에서는 8편으로 크게 줄었다. 대구-영천-경주-포항을 잇는 대구선 통근열차도 1일부터 하루 10회에서 2회로 감편, 2일 출퇴근길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영주

하루 18대가 왕복 운행하던 영주-청량리(중앙선)간 열차가 2대, 10대 운행하던 영주-강릉간 열차가 4대, 태백선 1대(중단), 경북선 6대(중단)가 축소되거나 운행중단된 상태다. 강릉행 8시16분 무궁화 열차를 타러왔다는 강세구(48.영주시 휴천동)씨는 "직장이 강릉에 있어 주민등록 서류하러 왔다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며"봉화 대현재에 눈으로 교통통제가 돼 버스도 못 움직인다"며 한숨을 내쉈다.

한편 대구시는 전세버스 1천311대를 비상 대기, 열차를 이용하지 못한 승객들을 실어나르기로 했다.

◆물류도 큰 피해

철도공사 측은 여객 피해는 물론, 화물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집계했다.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가는 화물열차의 22%만 이날 정상운행(114회 가운데 32회만 운행)됐다. 정상적으로 화물열차가 운행될 경우, 하루 물동량은 2만2천t 정도이며 대부분 수출화물인데 1만8천t 가량의 화물 운송이 어렵게됐다.

하루 1회 운행하던 소화물열차는 운행이 중단돼 전국으로 배달되는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 건어물과 각종 수산물이 수송되지 못했다.

포항 괴동역을 통해 운송되는 하루 10회의 화물열차 가운데 1회만 정상 운행되고 나머지는 모두 중단돼 철강재와 시멘트 원료용 수입 유연탄 등 포항공단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제 때 수송되지 못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이 곳 화물은 대체교통편조차 없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이상준기자 all4you@ma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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