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종파 간 보복전이 장기화 조짐을 내보이면서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던 이라크가 또다시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라크 당국은 27일 종파 간 유혈충돌이 잦아들자 바그다드 등지에서 시행한 주간 통행금지를 해제했지만 이후 하루만인 28일 곳곳에서 내전상황을 방불케하는 유혈극이 재연됐다.
그러나 이라크의 치안혼란을 종식시킬 유일한 대안으로 지적되고 있는 새 정부구성 작업은 정파 간 이견으로 계속 표류해 이라크의 미래가 핏빛으로 물들여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다시 고조되는 내전 위기 =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는 27일밤 CNN 회견을 통해 시아파 사원 폭파사건 후 고조됐던 내전 위기를 일단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 전역에서는 28일 하루동안 시아-수니파 간 분쟁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혈공격이 잇따라 최소 66명이 사망하고 수 백 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아침 바그다드의 한 수니파 사원이 폭탄공격을 받아 3명이 죽고 11명이 다쳤으며, 바그다드 만수르에서는 차량에 탄 무장괴한들이 수니파 사원에 총기를 난사해 경비원 1명이 사망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부친의 묘소가 있는 티크리트의 한 사원에서도 폭발물이 터져 지붕과 창문이 부서졌다.
수니파 정당인 이라크 이슬람당은 수니파 사원의 잇단 피습과 관련해 시아파가 장악한 과도정부가 수니파 사원을 공격하는 범죄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바그다드 북부에서는 시아파 사원 2곳이 차량폭탄 및 박격포 공격을 받아 24명이 사망하고 66명이 다쳤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또 바그다드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 행렬을 노린 자살폭탄 공격으로 최소 23명이 죽고 51명이 부상하는 등 이라크 곳곳에서 전시상황을 능가하는 저항공격이 속출했다.
남부 아마라에서는 영국군 병사 2명이 차량폭탄 공격으로 사망했다.
◇ 종파 분쟁으로 매일 70명 꼴 희생 = 이라크 당국은 사마라의 시아파 사원에 대한 폭탄공격이 있은 이후 빚어진 유혈충돌로 총 379명이 사망하고 458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이 집계에는 그러나 이날 희생된 사람들이 대부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시아-수니파 간 보복전이 본격화된 23일부터 5일 간 하루 평균 70명 정도가 종파 분쟁과 연관돼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평소 때 사망자 수의 2배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 "새 정부 출범 최소 2개월 후에나" = 이라크의 치안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확산되고 있지만 수니파 쿠르드족과 함께 이라크의 정치세력을 이루는 아랍계 시아파와 수니파 블록은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초석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시아파 블록인 통합이라크연맹(UIA)은 보복공격에 반발하는 수니파 블록의 거부로 새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무와파크 알-루바이 과도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나자프에서 알리 알-시스타니 시아파 최고지도자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 구성작업이최소 2개월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일상사가 돼 버린 폭탄공격에 빗대어 새 정부 구성 작업이 "정치폭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알-루바이 보좌관의 예측은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 등 과도정부 지도자들이 당초새 정부 출범 시기로 예상했던 "3월 중순 이전"과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현지 관측통들은 이번 종파 분쟁을 계기로 치안조직인 군과 경찰을 맡는 국방장관과 내무장관직을 시아파와 수니파가 모두 양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새 정부구성 협상이 더욱 어렵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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