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면 약되는 한방상식-(17)고혈압

◆고혈압

옛날부터 맥을 짚어 병을 진단해온 한의사들은 일찌감치 혈압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2천여년전 쓰여진 한의서에 '심장은 피를 온 몸에 돌려 체온을 유지시킨다'고 적혀 있다. 한의사들 중에 혈압계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진맥을 하면 혈압 상태 뿐 아니라 여러가지 신체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혈압 환자라도 맥은 다르다. 한의학에서는 맥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므로 혈압을 조절하거나 치료하는 약도 다르게 처방한다. 그러면 맥으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맥을 만져 보지도 않고 맥이 없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맥이란 말이 보편화 되어 있다. 맥이란 기운과 같은 말로 쓰인다. 맥이 없다는 말은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맥이 힘없이 뛴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기 또는 생명력으로 불리는 우리의 기력이 몹시 약해져 있다는 신호다.

맥이 잘 잡히는 손목 부위에 손가락을 대고 살짝 눌렀을 때는 심장과 폐, 조금 더 눌렀을 때는 췌장과 위, 깊이 눌렀을 때는 간과 콩팥, 자궁 등의 기능을 개괄적으로 알 수 있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손가락을 살짝 갖다 대었을 때부터 맥이 불뚝 불뚝 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 눌러서는 맥이 나타나지 않고 중간쯤 눌러야 비로소 맥이 잡히다가 더 누르면 없어져 버리는 사람도 있다. 또 중간까지 별로 느껴지지 않다가 상당히 눌러야 비로소 맥이 잡히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맥의 차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 몸의 장기는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고혈압은 심장이 피를 순환시키는데 힘이 부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장 자체가 약해서 부담이 갈 수 있고 심장은 튼튼한데 폐, 췌장, 위장, 간, 신장, 자궁 등 다른 조직이 부실해서 혈압이 비정상적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혈압 환자의 경우 몸 전체 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맥이 정상이면서 혈압이 높은 사람은 없기 때문에 맥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주는 것이 혈압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넘어서 혈압이 다시 올라가는 원인을 치료하는 방법이 된다.

흔히 '심장 상한다'는 말을 많이 하듯이 심장을 약하게 만드는데는 감정의 영향이 크다. 심장은 혈액순환 뿐 아니라 모든 감정의 변화를 직접 느끼는 곳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몸에서 임금님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좋은 일에는 마음이 설레고, 나쁜 일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할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억울할 때는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슬플 때는 가슴이 메어지고 찢어질 듯 아프다가 두려울 때는 가슴이 섬뜩해지는 것이 모두 이런 이치다.

다혈질 성격으로 흥분을 잘하고 나서기 좋아하며 고집을 잘 꺾지 않는 사람은 심장이 지나치게 활동하는 바람에 혈압이 오르기 쉬운 반면 소심하고 소극적이거나 겁이 많고 잘 놀라는 사람, 여러가지 원인으로 체력이 떨어진 사람은 심장 활동도 약해져 흔히 저혈압이 된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 사람 중에도 고혈압이 있다. 몸은 며칠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허약한데 복잡한 생각때문에 마음이 애를 쓰는 바람에 혈압이 올라간 것이다. 폐맥(기운 보는 맥)과 심장맥은 약해져 있는데 이상하게 아래쪽 간맥은 불뚝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다혈질은 기운을 내려 주는 치료를 하고 허약자는 원기를 보충해주며 허약하면서 혈압이 있는 사람은 원기를 돋우면서 신경 울증을 풀어주는 치료를 하여 맥의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경달기자 도움말:대구시한의사회 홍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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