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귀 난치병-(16)레트증후군

1966년 오스트리아 빈의 소아과 의사인 레트가 병원을 찾은 두 명의 여자 아이 증상을 관찰하여 발표하면서 처음 알려지게 된 신경질환이다. 1984년 빈에서 처음 열린 레트증후군 심포지움에서 진단 기준의 틀이 마련되어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

◆원인

대부분 X염색체에 있는 'MECP2'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물지만 'CDKL5'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으며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환자도 있다. 거의 여자 어린이에게만 나타나며 여자 어린이 1만명~1만5천명당 한명꼴로 발병한다. 여자의 성염색체는 XX로 X염색체가 두 개지만 남자의 성염색체는 XY로 X염색체가 한개 뿐이다. 남자의 경우 한개 밖에 없는 X염색체 상의 이상 유전자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X염색체가 없으므로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된다. 레트 증후군을 가진 남자 아이는 대부분 태어나기 전 사망하기 때문에 레트증후군이 여자 어린이에게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성장 발달을 하는 시기-성장 발달이 멈추는 정체기-퇴행기를 거쳐 증상 변화가 심하지 않는 안정기로 이행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정상적인 성장 시기 없이 태어날 때부터 발달이 늦는 등 변형도 존재한다.

출생 후 5~18개월까지 목가누기, 뒤집기, 눈 맞춤, 앉고 걷기, 말하기 등 정상 발달 과정을 보이다가 정신적, 신체적 기능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머리가 자라지 않아 점차 소두증이 되고 주변 사물에 관심이 없어지는 자폐증 등의 증상이 발현된 후 2~3개월 내에 빠른 속도로 발달 퇴행이 일어난다.

특히 언어 능력이 없어지고 잘 걷지를 못하며 경련 발작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통 3살이 되기 전에 손놀림 능력도 상실한다. 수돗물에 손을 씻는 듯한 행동이나 글을 쓰는 듯한 손놀림을 반복해서 보이거나 손을 입에 계속 집어넣는 행동, 손벽 치기, 자기 얼굴을 손으로 계속 때리는 행동 등이 나타난다.

90% 이상 간질 발작을 보이며 3~5세 시작하여 사춘기와 청년기에 정점을 이룬다. 깨어 있는 낮 동안 아주 빠르게 숨을 쉬거나 한번씩 입술이 파랗게 변할 정도로 숨을 멈추는 일도 있다. 또 이 가는 소리를 내거나 갑자기 웃기, 소리 지르기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성장이 되지 않아 키, 몸무게가 늘지 않고 근육이나 체지방이 적어 마른 체형이 되며 척추가 휘어지는 척추 측만증이나 발 골격 이상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던 증상은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를 지나면서 비교적 안정된다. 눈 맞춤이 조금 나아지거나 간질 발작이 완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완만한 속도로 다리와 팔이 뻣뻣해지고 신체 자극을 주면 몸통이나 팔다리를 꿈쩍거리는 과도한 반응 등을 보이며 치매가 심해진다.

◆진단 및 치료

현재까지 레트증후군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과학적 검사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형적인 증상을 보고 진단을 내리게 된다. 주변 사물에 관심이 없어지고 팔, 다리 강직과 지능 발달이 되지 않는 증상 때문에 뇌성마비, 정신지체, 자폐증 등과 오인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작업 치료(손 등의 사용을 개선시키는 것)와 같은 재활 프로그램, 간질 발작에 대한 항경련제의 사용, 척추 측만증에 대한 정형외과적인 처치 등 증상을 완화 시키기 위한 치료법이 시행되고 있다. 유전자 치료와 같은 근본적인 방법을 찾는 연구가 절실한 실정이다. 건강한 35세 여성의 생존 확률이 98%인 반면 레트증후군 환자의 경우 생존 확률은 70% 정도로 떨어진다. 사망자의 약 1/4은 갑작스럽게 숨지는데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심전도의 이상이 흔히 관찰되는 점으로 미루어 심장 이상이 갑작스런 사망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문한구 영남대의료원 소아과 교수

사진: 레트증후군은 대부분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병하며 여자 어린이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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