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 사건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술 취한 상태에서 아이를 유인하여 성추행하고, 살해한 가해자가 낯선 사람이 아니라 동네 아저씨였고, 성욕이 넘치는 20대가 아니라 나이가 지긋한 중년이었다는 점은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안이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미스틱 리버'는 어린 시절 당한 성폭행 충격으로 평생을 불행하게 산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네 어귀에서 개구쟁이 3명이 뛰어놀고 있다. 10살 남짓의 소년들은 아직 굳지 않은 시멘트벽에 이름을 새기는 짓굳은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때 경찰이라고 자청하는 중년 남자 두 명이 아이들에게 접근한다. 나쁜 짓을 했으니 부모에게 알려야겠다며 한 소년을 강제로 차에 태운다. 혼이 날까 겁에 질린 소년은 순순히 차에 오른다. 이것이 그의 인생을 뒤바꿔 놓았다. 소년의 납치범은 소아성애증(pedophilia) 환자였다. 두 남자는 소년을 지하실에 감금하고 무자비하게 성폭행 했다. 소년은 성인이 된 후에도 늑대 소굴에서 목숨 걸고 탈출하던 25년 전의 사건이 생생하게 플래쉬 백(flash back) 되는 바람에 고통을 겪고 있다.
소아성애증은 법적 문제를 가장 많이 일으키는 성도착증이다. 주로 중년 이후에 발병하고 50% 가량은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지른다. 피해자의 60%가 남자 아이이기 때문에 사회적 주목을 더욱 많이 받는다.
영화 속에는 범인이 아이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잘못을 부모에게 이르겠다고 협박하거나 길을 가르쳐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등 아이들의 순진함을 이용한 유인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소아성애증 가해자들은 자신의 성적 무능함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를 선택하며 희생자를 마음대로 지배하려는 심리적 욕구를 갖고 있다.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는 노출증, 아이의 몸을 쳐다보는 관음증이나 강간 등을 저지른다.
성폭력은 자라나는 아이의 뇌 발달에도 지장을 준다. 아이가 겪은 외상적 사건이 뇌 발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분야가 '발달 외상학(developmental traumatology)'이다. 성학대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는 신경생물학적인 체계에 영향을 주어 뇌 발달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소아성애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신치료나 집단 치료 등이 도움 된다. 성기능 장애가 있으면 자신있게 성행위를 할 수 있도록 치료하고 성욕이 과하면 감퇴시키는 약물치료가 추천된다.
무엇보다 아동기 성폭력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에게 성폭력이 무엇인지, 부당한 접촉을 구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거부하거나 피하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특히 자기 방어력과 표현력이 부족한 유아들에게는 성교육과 함께 자기주장 훈련을 시켜주어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 자주 열린 반공 웅변대회에서 들어 온 '간첩을 구별하고 수상한 사람을 신고해야 한다'는 외침이 필자의 뇌에 각인되어 있다. 이처럼 성폭력에 대해서도 자기주장 훈련, '나는 성폭력이 싫어요. 성폭력범은 표시 없다. 너도나도 잘 살피자' 등의 표어 공모, 리본 달기 등 범국민적인 행사와 의식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