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FTA 발효 2년…"칠레가 우리속에 왔다"

오는 4월 1일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2주년을 맞는다. 당시 양측 정부는 FTA 체결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품목별로 즉시철폐, 단계적 철폐, 제외 품목을 두는 등 관세철폐를 탄력 운용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1만1천149개 품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자유화, 칠레는 5천800개 품목에 대해 13년내 5단계에 걸쳐 자유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전경련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칠레 FTA 발효 후 지난해 2월까지 양국간 교역은 전년 대비 55.5% 증가했으며, 특히 자동차·휴대폰·컬러TV·캠코더 등의 수출 주력제품은 59%에서 226%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당초 우려했던 포도 등 농·축산물의 수입급증에 따른 국내 산업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경련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유통시장에서 칠레산 1, 2차 상품의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칠레산 제품으로는 와인, 삼겹살을 비롯해 연어, 홍어, 키위, 포도 등이 있다. 남반구에 위치한 칠레는 동일 품종이라도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와 출하 시기가 틀려 1차 식품의 대표적 수출국으로 꼽힌다. 자원이 풍부한만큼 식품 가격이 저렴한데다 FTA 체결 이후 관세도 낮아져 국내 시장에서 갈수록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동일 제품이라도 칠레산의 경우 다른 수입국가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가령 냉동 연어의 경우 노르웨이는 관세 10%인데 비해 칠레는 종류별로 5~7.4%에 불과하다. 오는 2009년부터 무관세가 시작되면 이러한 가격 경쟁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어의 경우 지난 2004년 국내 수입량 중 칠레산 비중이 15%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30%로 2배 가량 치솟았다. 그 동안 연어는 국내에서는 일반 가정보다는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주로 소비됐다.

하지만 연어는 지난해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웰빙 식품에서 수산물 중 유일하게 꼽히는 등 전세계적으로 장수 식품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전국에서 작년부터 연어 매출이 전년대비 52.4% 급신장했다. 특히 칠레산 연어는 그 동안 노르웨이산에 밀려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으나, 한-칠레 FTA 이후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 덕분에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마트를 통해 팔린 연어가 지난 2004년 21억 원 어치에서 지난해 32억 원으로 올랐고, 올해는 47억 원이 목표다.

칠레산 제품으로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단연 와인과 포도(레드글러브). 칠레산 와인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특히 저렴해 그간 국내 와인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한 프랑스 와인을 위협하고 있다. 대형 소매점의 경우 칠레산 와인이 전체 와인 매출의 23% 정도를 차지하며 프랑스산 33%와의 차이를 좁혀나가고 있다. 칠레산 와인은 연간 40%대 성장률을 보인다.

동아백화점은 현재 매장에 농산물은 판매를 하지 않으며 와인만 판매 중이다. 와인의 경우 FTA 체결 이후 품목이 급증해 현재 30여 종이 선보이고 있다. 칠레산 와인은 가격대가 낮아 선물용보다는 평상시 소비용으로 인기가 높다. 주 가격대는 1만5천 원에서 3만 원 미만. 현재 수입 와인 중 칠레산 와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30~40% 정도에 이른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와인의 경우 칠레산, 프랑스산, 이탈리아산 순으로 판매가 많이 이뤄진다"며 "칠레산의 경우 저가임에도 불구,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판매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대백 프라자점의 경우 와인 전문매장에서 30여 종의 칠레산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칠레산 거봉(100g, 710원) 및 청포도(100g, 800원) 제품도 선보이고 있는데, 국내산 포도와 수확시기(5월말부터 9월말)가 달라 대체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칠레산 포도는 당도가 높으며, 국내산 포도가 수확 전까지 당분간 꾸준한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내에서 어획량이 줄고 있는 홍어도 대체상품으로 칠레산이 수입되고 있으며, 작년 한해 약 20억 원 어치 가량 판매됐다. 대형 소매점 한 관계자는 "한-칠레 FTA 발효 이후 만 2년 가량 지났지만 아직 일반 소비자들의 칠레산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며 "하지만 일부 품목에서 매년 칠레산 제품의 시장 장악력은 놀라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사진 :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마다 최근 와인의 인기에 힘입어 전문 와인매장을 꾸미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칠레 FTA로 우수한 품질의 값싼 칠레산 와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와인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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