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인이 소망을 고백한다."은주 씨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대 내 몸 속에 들어오소서."
간절한 사랑의 표현이긴 하지만 물리적으로 그는 시인의 몸속에 들어갈 수 없다. 주체와 대상이 더 이상의 구분 없이 온전히 하나가 되고자 하는 시도는 관념과 정신의 세계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그 대상이 미생물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관심을 끄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미토콘드리아' 이다.
세포 속에 있는 세포기관이라 여겨져 왔던 그것은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세포핵에 있는 DNA 염기서열과는 다른 것을 가지고 자체의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를테면 다른 생명체라는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인류의 진화를 역 추적하는 핵심단서도 미토콘드리아 속에 들어 있다. 인류의 진화를 우리 안에서 지켜보면서 20억 년이 넘게 그 변화의 기록을 자기 몸속에 담아온 것이다. 하나의 세포 속에 적게는 수백 개에서 1천여 개가 들어 있다고 하니 그 숫자로만 보자면 우리 몸의 전체 세포 수보다 몇 백 배가 많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인체의 조화를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 반면에 다른 하나인 '암(cancer)'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암도 우리 몸속에서 만들어진 세포이다. 전혀 다르지 않다.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쳐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세포가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몸은 전체적 조화를 유지하며 생명을 이어간다. 암세포는 생겨나지만 사라지기를 거부한다. 영원히 죽지 않는 세포가 암세포이다. 실제로 과학적 연구목적으로 100년 이상 그대로 배양되어오는 암세포가 있다고 한다. 암은 불치병의 대명사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병원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은 영원히 증식하려는 우리 몸의 일부가 조화를 깸으로써 벌어지는 비극이다. '영원'(永遠)을 향한 그릇된 집착이 벌이는 점진적 자기살해 행위인 것이다. 죽지 않는 자신이 스스로의 존재기반을 궤멸시킴으로써만 '한시성(限時性)'이란 세포의 본질을 완성하는 기막힌 운명의 담지자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인간의 몸속에 각인된 우주적 사랑의 징표와 같은 것이다. '다름'과 '다르지 않음'이 동시에 조화로울 수 있음을 소리 없이 웅변한다. 죽음과 사라짐은 직선적 종말이 아니라 순환적 변화에 불과하다. 암이 보여주는 역설이다. 현미경을 치우고 주위를 둘러본다. 더 큰 하나의 생명체 지구에서 우리 인간은 미토콘드리아인가? 암인가?
황보 진호(하늘북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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