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속마음을 들킨 위대한 예술가들

서지형 지음/시공사 펴냄

고흐가 고갱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고흐가 최소한 자신의 귀를 잘라버리는 사건은 피해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파리의 화가 친구들을 통해 만난 고흐와 고갱은 얼마 되지 않아 서로의 그림을 교환할 정도로 호감을 느꼈다. 고흐의 동생 테오가 고갱의 그림을 거래해주면서 이들의 관계는 더욱 두터워졌다.

이윽고 태양을 동경한 고흐는 프랑스 남부 아를르로 내려가 고갱이 와주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고갱이 묵을 방을 정성스럽게 꾸미는 고흐의 손길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의 정성과 다를 바 없었다. 이때 그의 대표작 '해바라기'는 고갱의 방을 꾸미기 위해 그린 것. 고갱에 대한 고흐의 마음이 어느 정도인가를 여실히 읽을 수 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수십 통의 편지 속에서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고갱을 기다리며 고민하는 고흐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영락없이 연인을 기다리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은 도대체 어떤 속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위대한 예술작품에는 어떤 욕망들이 감춰져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하는 '속마음을 들킨 위대한 예술가들'은 큰 족적을 남긴 예술가 13인이 남긴 작품을 통해 그들의 심리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것,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 주제를 저자는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를 따라 '욕망 읽기'에 젖다 보면 어느새 정신분석이라는 영역에 맞닿아 있다.

고갱을 연인으로 사랑한 고흐와 불멸의 화가 다빈치, 프랜시스 베이컨과 앤디 워홀. 이들은 다분히 동성애적 코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성적 환상을 쫓다 보면 예술가들의 숨겨진 성적 비밀을 경험할 수 있다. 워홀은 히스테리 환자들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강박적인 자위행위와 유사하게 타인의 성기를 카메라에 담곤 했다. 콧수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성적 표현을 담은 형상들로 화폭을 가득 채웠지만 정작 자신은 여성공포증과 성적 불안감에 시달렸다.

'절규'로 우리에게 익숙한 에드바르트 뭉크는 왜 그토록 음울한 그림들을 남겼을까. 그가 만나는 여자마다 자기 타입이 아니라며 상대를 밀어낸 강박증 환자임을 깨닫게 되면 그의 그림에 드리운 어두운 그늘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아름다운 이단아 프리다 칼로는 어떤가. 그녀는 남편 디에고를 자신의 무의식 세계에 흡수하여 그를 한몸처럼 여겼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남편에게 복수하는 것은 한몸인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수많은 자화상에 눈물, 피, 상처들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은 전적으로 천재들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만은 아니다. 바로 그들의 성적욕망, 콤플렉스, 집착 등이 뒤엉켜 몸살을 앓은 상처의 흔적들인 것이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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