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구·김녹촌·김연대·남용술·박인술·신재기·여영택·유상종·윤사섭·이성수·이순우·이원성·정추식·정휘창·최춘해. 이후문학회는 회원 15명이 전부 남자 문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시·소설·수필·아동문학·평론 등 문학의 전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이후문학(以後文學)은 60,70년대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이념적 혼란과 가치관의 혼돈 속에 태동했다. 사회적 격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문학의 본령인 순수문학의 발전에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을 새삼 결의한 것이다.
이후문학회는 1971년 4월 6일 대구시내 나그네다방에서 이성수·김찬호·김상훈·신현득·예종숙·정민호·홍성문·김정환·손춘익·신송민·이동희·이재철 등 각 장르의 중견 문인 12명이 창립총회를 가지면서 닻을 올렸다.
처음에는 문학회 이름을 '순수문학회'로 했으나, 76년 9월 총회에서 '이후문학회'로 개명을 했다. '이후문학회'의 '이후'(以後)는 과거 어느 시점의 '이후'가 아니라, 어제가 아닌 오늘이란 뜻의 '이후'이다. 기존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나은 자기실현을 위해 늘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미래 지향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이후문학회는 36년의 연륜을 쌓아오는 동안 32권의 동인지를 발간했다. 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주옥같은 작품을 모아 32권의 동인지를 펴내면서 우리 문학 발전에 이바지한 업적이 높게 평가되어 지난 2000년 11월에는 제14회 금복예술문화상 단체상을 받았다.
회원 개인의 문학적인 업적도 두드러졌다. 회원 중 김녹촌(아동문학)·윤사섭(아동문학)·이성수(시)·최춘해(아동문학) 등이 경북문화상 또는 대구문화상을 받았다. 대구문단에도 각별한 족적을 남겼다. 역대 회원 중 도광의·여영택·정재익 시인이 대구문인협회장을 지내며 대구문단 발전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후문학회는 오랜 연륜에 걸맞게 원로 문인들이 대다수이다. 마지막까지 순수시를 표방했던 윤태혁 시인과 오로지 희곡 한 길만을 고집했던 김찬호 회원은 이미 고인이 되었고, 박인술·여영택 시인은 80 중반의 고령이다.
대륜고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한 이성수 시인은 창립 멤버로 이후문학의 유일한 산증인이다. 육군 준장으로 예편한 수필가 유상종씨는 한·일관계사에 조예가 깊다. 최연소 회원이래야 50대 초반인 공영구 시인과 문학평론가 신재기 교수(경일대) 정도이다.
아동문학가 최춘해씨는 후진 양성을 위해 무료로 문학교실을 열어 호평을 얻고 있고, 정휘창 회원은 지금도 국어순화 운동에 여념이 없다. 문인은 모름지기 모국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가지고 끊임없이 다듬고 가꾸어 국어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지론을 지닌 원로 문인이다.
작가 정휘창씨는 "말이 아름다우면 그 말을 쓰는 겨레의 생각이 아름다워지고, 말이 이치에 맞아야 사고가 반듯해진다"고 늘 강조한다.
문학가는 겨레의 정신적 지도자라는 무거운 책임을 한시도 잊지 말고 한 단어 한 문장이라도 어법에 맞도록 쓰기에 정성을 쏟아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후문학회는 두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가진다.
정이 많고 속이 깊은 동인이어서 한번 들어오면 붙박이가 되기 일쑤이다. 그러나 입회가 간단치 않다. 회원 2/3 이상이 찬성을 해야 신입 회원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만큼 삶과 문학에 격이 있는 문인을 요구한다.
이후문학은 우리 문단의 고목으로 우뚝 자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람한 몸집과 하늘을 찌를 듯한 기상 그리고 풍상을 견디어 온 강인한 생명력, 그런 고목처럼 아름다운 동인으로 거듭나고 싶다.
이후문학 동인들은 대부분 연로하지만 기존의 작품과 업적에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이후'(以後) 동인답다. 생애 최고의 작품을 쓰기 위해 마지막 불꽃을 지피고 있는 원로 문인들의 문학적인 열정이 저녁노을처럼 곱다.
이순우 이후문학회장은 "시를 사랑하고 시인이 된 것을 자랑스레 여기며, 평생을 시인으로 살았던 윤태혁 형이 지난해 우리곁을 떠났다"며 "서러운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윤 시인의 주옥같은 작품을 가려 동인지 32집에 특집으로 꾸몄다"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사진 : 지난달 28일 저녁 정기모임에 참석한 이후문학 동인들. 앞줄 왼쪽 끝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이순우·남용술·박인술·이성수·김연대·정추식·정휘창·이원성·유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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