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67일 만에 전국 관객 1천175만 명을 넘어서 국내 최고 흥행 신기록을 수립한 영화 '왕의 남자'에 갈채를 보낸다. 한'미 FTA 체결을 앞두고 스크린쿼터를 절반으로 축소해 버려 방화계가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올린 대기록이다.
여러 기록들을 단숨에 갈아 치우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왕남'의 성공 요인은 이미 여러 갈래로 분석됐다. 만인지상인 연산군과 천민 집단의 얽힘과 풀림, 광대패들이 세상을 향해 목숨 걸고 날리는 풍자, 예쁜 남자 이준기(공길 역)와 근성파 배우 감우성(장생 역),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이준길 감독과 영화 배우 정진영(연산군 역), 그리고 세계 은막계를 강타한 동성애 주제 등이 대박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왕남'의 대박은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두 가지 부분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하나는 전통 놀이이면서도 천민들이 부린 재주로만 치부돼 외면받아 오던 남사당놀이를 우리 생활 문화로 '쑥' 끌어 올렸다는 점이다. 경기도 안성의 '남사당놀이 마당'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줄타기 체험단이 꼬리를 물고 있다. 초보자용 줄을 타면서 관광객들이 흘리는 무공해 웃음소리에 남사당 패거리들은 한(恨)을 씻어 보내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줄곧 멸시당했던 한 집단을 당당한 전통 문화의 전수자로 재평가받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왕남'의 성공을 이끈 주체적인 문화 대중의 힘이다. '킹콩', '나니아 연대기' 등 할리우드 대작들과 함께 개봉, 처음에는 255개의 개봉관밖에 확보하지 못했던 '왕남'이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개봉관 숫자를 늘려갔고, 결국 최단기에 최다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이룬 것이다. 한국적인 문화 콘텐츠를 다룬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대중들이 있는 한 스크린쿼터도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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