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총리는 국민의 신뢰 잃었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부적절한 3'1절 골프' 때문에 사퇴로까지 몰린 것은 전적으로 본인 탓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강원도 대형 산불과 남부 지역 물난리 중에 골프를 쳐 호된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 보통 고위 공직자 같으면 연달아 혼이 나고 사과까지 하고는 두 번 다시 골프장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총리 부임 이전 현재 구속 중인 법조 브로커와 골프 친 사실을 놓고 야당으로부터 추궁을 당하고서도 또 골프장에 갔다. 그것도 3'1절 행사 날, 철도 파업 당일에, 이런저런 범법 사실이 있는 부산 지역 인사들과 어울렸다. 최고위 공직자의 처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정신상태다.

그는 2004년 총리 취임 이후 스스로 사태를 키워왔다. 그동안 국민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오기'오만'독선'안하무인'독불장군'싸움닭 따위의 부정적 이미지다. 달리 떠오르는 게 별반 없다. 대통령을 보좌해 포용력으로 화합의 국정을 펼쳐야 하는 국무총리의 자세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누적된 불신이 이번에 분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총리는 민심을 헤아려 진작 자신을 돌아봤어야 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야당의 지적에 겸허했다면 이 정도로 민심 이반을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을 향해 "당신은 선거법 위반자 아니냐"고 되레 물고 늘어지는 태도에서 국민이 뭘 생각하겠는가. 여당조차 이 총리가 지방선거에 장애물이라고 여긴다지 않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나서 이 총리의 거취를 결정한다고 하니 결론이 어떻게 날지 짐작할 수 없다. 그가 사퇴하든 않든 총리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