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이 오는 9일 첫 모의고사를 치른다. 많은 수험생들이 3월 첫 모의고사 성적을 실제 수능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신뢰도 높은 지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보다 잘못된 생각은 없다. 앞으로 남은 8개월여 동안 지난 2년 간 공부한 학습량의 몇 배를 더 할 수 있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이 끝까지 간다는 것은 아무 근거도 없는 낭설일 따름이다.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모의고사는 정신과 육체를 고문하는 형틀로 고3 생활 전반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모의고사는 수험생이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파악하고 취약점을 파악하여 학습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모의고사에 너무 민감하다. 심지어 모의고사가 주는 충격과 좌절감 때문에 생활의 활력과 하고자 하는 의욕을 상실하고 방황하는 수험생도 적잖다. 앞으로 어쨌든 평균 한 달에 한 번 꼴로 모의고사를 치러야 한다. 시험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의고사 성적에 웃고 울다 보면 8개월이 그냥 훌쩍 지나가 버린다. 입시전문가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모의고사 대처법과 생산적 활용법을 정리해 본다.
▶ 모의고사란 무엇인가
모의고사란 문자 그대로 실제 수능시험과 비슷한 형식과 내용으로 연습 삼아 쳐보는 시험을 일컫는다. 연습 삼아 치는 시험이라면 점수가 좋고 나쁨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는 모의고사에 목숨을 거는 듯이 행동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매번 모의고사 성적이 나올 때마다 전교 석차는 물론이고 전국 석차와 그 점수에 따른 지망 가능 대학의 배치기준표가 나온다. 대개의 경우 모의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담임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과목별 학습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 짜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점수가 잘 나오면 격려와 칭찬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학교와 가정에서 건설적인 반성과 평가보다는 질책과 추궁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때문에 모의고사를 잘 치르면 한 달이 행복하고 그렇지 못하면 한 달이 우울하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 모의고사는 원래의 기능과 목적을 상실하고 수험생과 학부모를 괴롭히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모의고사가 다가오면 몸이 아픈 수험생이 많은데 이는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모두가 모의고사란 실제 시험을 앞둔 연습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연습에 지쳐 실전을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 도전적인 자세로 임하라
모의고사를 치른 후 가채점을 할 때 상위권 학생은 5~15점, 중하위권 학생은 10~25점 정도까지 더 맞을 수도 있었는데 실수로 틀렸다며 억울해 한다. 그 억울함은 궁색한 변명이 아니다. 풀이 과정에서 조금만 신중하고 적극적이었다면 정말로 맞출 수 있었던 문제이다.
이런 실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전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다. 흔히 스포츠에서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말한다. 문제풀이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불안감 때문에 위축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 어려운 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대하면 자신도 모르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수험생에게 있어서 컨디션이 좋은 날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문제 풀이에 임한 날이다. 자신감을 가지면 판단이 애매한 보기 중에서 맞는 답을 고를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 문제풀이에 몰입하는 훈련을 하라
많은 수험생들이 문제를 보기도 전에 목표 점수를 정해놓고 시험에 임한다. 때문에 조금만 어려우면 당황하여 자기 실력보다 더 망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시험이란 상대평가이다.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다. 그러므로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목표점수 획득 여부를 계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수학 시간에 종료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한 문항을 못 푼 경우를 가정해 보자. 어떤 학생은 너무 초조해서 문제 풀이에 몰두하지 못하고 시계만 보다가 답안지를 낸다. 반면 어떤 학생은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문제풀이에만 집중한다. 이 학생은 풀이를 하고도 시간이 1, 2분 남을 수 있다. 5분이라는 시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라는 사실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몇 점 맞을 것인가에 신경 쓰지 말고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문제 풀이에 몰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져라
매년 3월 수험들을 괴롭히는 악성 유언비어가 있다. 3월 첫 모의고사 성적이 일 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보다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 앞으로 남은 8개월 동안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여러 차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3월 모의고사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겠는가.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공부를 해도 생산성이 없다.
일반적으로 변화를 확신하는 학생들은 수험생활 전반에 걸친 과정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궁극적으로 성적 향상이 일어난다. 변화를 확신하는 수험생은 수험생활에 수반되는 경쟁과 긴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긴다. 이런 학생은 지금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나중에는 원하는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생활한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긍정적인 자세와 낙관적인 태도로 임한다면 학습의 생산성은 훨씬 높아진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마음을 다잡는데 1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간신히 마음을 잡고 1주일쯤 공부하고 나면 성적표가 나온다. 성적표를 가지고 상담하고 고민하다 보면 또 1주일이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시 잡는데 1주일이 걸린다. 그렇게 하다 보면 한 달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열흘도 채 안 된다. 엄청난 비효율이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나서 하루 이틀 만에 다 정리를 하고 그 다음 툭 털어버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 오답노트를 정리하라
한 번 틀린 부분은 다음에도 틀리기 쉽고, 처음에 하기 싫은 과목이나 단원은 계속해서 하기가 싫은 경향이 있다. 모의고사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틀린 문제를 아쉬워하기보다는 자신의 취약점을 확인하고 다지는 소중한 자료로 삼는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답안지를 보며 채점을 할 때, 맞고 틀리고 보다는 틀리게 된 판단의 과정을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 해설지를 읽으며 틀린 과정이 스스로 납득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선생님께 질문하여 확실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런 다음 문제지나 따로 마련한 노트에 나름의 분류법에 따라 표시를 해 둔다.
틀린 문제나 맞추긴 했지만 확실하게 알지 못한 문제는 그 문제와 관련된 단원 전체를 다시 공부하며 자신의 취약 부분을 확인해서 그 내용을 따로 정리해둬야 한다. 사회 탐구나 과학 탐구의 경우 5개의 보기 중 정답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도 내용이 중요하다면 보기와 관련된 교과 내용을 폭넓게 정리해 둔다. 잘 정리된 오답노트는 수능시험 전 최종마무리 학습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모의고사를 칠 때마다 전 과목에 걸쳐서 중요 문항과 관련되는 내용은 다시 정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 참고서보다는 교과서를 다시 읽고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사회탐구나 과학 탐구는 말할 것도 없고, 수학도 교과서를 정독하는 것이 좋다. 언어 영역은 판단을 잘못하게 된 사고의 과정을 짚어보며 유사한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부모의 자세
가정은 수험생이 심신의 피로를 풀고 심리적 안정을 얻는 휴식처일 뿐만 아니라 샘솟는 활력을 얻게 되는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많은 가정에서 관심이 지나쳐 오히려 수험생을 부담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친 간섭은 수험생을 소심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소심한 학생은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부모가 믿고 모든 것을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 자녀는 더욱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알아서 생활을 관리하게 된다.
부모가 모의고사 결과에 민감하고 성적을 가지고 잔소리나 꾸중을 자주 하게 되면 수험생은 시험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시험이 다가올 때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 원인은 시험에 대한 심한 부담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모의평가를 실시하는 날도 자녀를 평상시와 같이 대하는 것이 좋다. 수험생은 말하지 않아도 시험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잘 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욕을 가지고 있다. 시험을 잘 치라는 말이 오히려 수험생을 소심하게 만들거나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시험을 친 후 설혹 기대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할지라도 학생을 질책하거나 실망하는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점수가 좋으면 더욱 신나게 공부하라고 격려하고, 좋지 않으면 연습으로 치는 시험이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모의고사 점수에 지나치게 민감한 학생 뒤엔 대개 점수에 민감한 부모가 있다. 연습에서 지나치게 지치고 상처 받으면 실전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험생이 시험을 칠 때 자신 있는 태도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부모의 자세와 가정의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의고사 결과에 대해 부모가 초연한 자세를 취할 때 자녀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학업에 몰두할 수 있다. 부모가 믿고 모든 것을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 자녀는 더욱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알아서 생활을 관리하게 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 : 송원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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