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초교 '교실난'…'콩나물 수업' 몸살

교육청 "지역 편차심해 수요예측 힘들어"

아파트 입주가 봇물을 이루면서 대단위 아파트 주변 초교들이 폭증하는 학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때문에 교실 수가 부족한 각 학교들이 기존 특별실을 일반교실로 전환, '부실 교육' 논란마저 일고 있다.

◆학생들이 몰려든다

지난 2일 입학식을 치른 대구 북구 서변초등학교. 이 곳은 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902가구의 월드메르디앙 아이들이 대거 몰려들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4학급에서 올해 24학급으로 무려 10개 학급이나 증설해야 했을 정도.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입생 수가 100명 넘는 학교는 달산초교와 침산초교, 서변초교, 칠성초교, 신암초교 등 대구 북구 5곳과 수성구 시지초교, 달성군 다사초교 등 7곳. 침산 1차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1천149가구)가 들어선 달산초교의 경우 올해 7개 학급을 늘렸다.

수성구 매호동 효성 백년가약(419가구)과 매호 한일유앤아이(490가구), 사월 화성파크드림 일부 등이 통학 구역에 포함된 시지초교는 입주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 100여 명의 전입생이 몰렸고 오는 9월 다사 주공 임대아파트가 입주하는 달성군 다사초교와 5월 대현뜨란채(736세대)가 입주 예정인 북구 대현동 신암초교 등도 학생증가에 비상이다.

◆막무가내식 교실 증설

학교들은 기존 특별실을 없애고 일반교실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때문에 수준별 학습과 이동수업 등 '7차 교육과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교사는 "상담실과 학습 준비실 등 특별교실을 일반교실로 전환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교무실까지 줄여 교과 준비실로 사용하는 형편에서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수업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교실 수를 늘리기 위해 증축을 거듭하면 안전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른 교사는 "일부 저학년들은 쓰지 않던 낡은 건물에서 생활해야 하는데다 높은 계단으로 2, 3층까지 오르내려야 해 항상 신경이 곤두선다"고 말했다.

◆교육 배려 없는 도시계획

아파트 입주 러시는 이제 시작. 올 한해에만 대구 전역에서 1만8천여 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는데다 내년에도 1만1천700여 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대구시교육청은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9년까지 학생 과밀문제가 심각한 침산동과 칠성동 인근에 초등학교 1개교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부지매입과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갈수록 학생수가 주는데다 지역마다 학생들 수의 편차가 심해 수요 예측을 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대구시의 무분별한 도시계획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도시 기반 시설과 교육 시설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개발 이익만을 앞세워 아파트 건축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벌어진 사태라는 것.

전교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타 지역의 경우 각 자치단체에서 교육 예산 조례의 통과를 약속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행정적 지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 :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변 초등학교 신입생 교실이 과밀화 되고 있다. 7일 오전 아파트에 둘러싸인 대구시 북구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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