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앞산은 '환경도시 대구의 자연 브랜드'

앞산은 팔공산과 다릅니다. '가침박달나무'는 팔공산에는 없고 '마가목'은 앞산에 없습니다. 앞산에 '가침박달'은 지구상에 몇 그루 살아남지 않은 토종 식물자원입니다. 장미과이니 얼마나 예쁘겠습니까.

앞산은 대구 시민의 '생활 속의 자연'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찾는 시민이 연간 1천만 명이 훨씬 넘는 앞산은 녹색갈증 해소에 최고 입니다. 대구시민에게 앞산은 설악산 국립공원보다 중요합니다.

앞산에는 있을 것이 모두 있습니다. 호랑이를 대신하는 먹이사슬의 최고차 포식자이지만 멸종위기에 있는 '담비'가 생존한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나무 중에 진짜 나무라서 해서 '참나무'. 담비는 그런 참나무가 없는 땅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모두가 앞산에 사는 '참'나무들입니다.

앞산에는 선조들이 남겨준 녹색의 문화유산이 있고, 자연이 남겨준 자연유산이 있습니다. 동구 도동에 천연기념물 1호 측백나무림이 있다면, 앞산 용두골에는 대구의 자연유산 1호로 손색이 없는 '쉬나무림'이 있습니다. 달비골에는 녹색문화유산 1호 상수리나무숲정이가 있습니다.

앞산은 대구라는 회색도시를 풍요롭게 하는 핵이면서 축입니다. 두류공원 너구리 가족은 앞산에서 이주해 온 개척자들이고 신천 수달이나 고라니도 모두 앞산 자연생태계와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대구 경제를 위해서 앞산에 관통도로를 내야 한다니, '물속에 사는 물고기의 소원이 물 실컷 마셔보는 것'이라고 하더니, 무슨 욕심이 그리도 큽니까! 임기가 얼마 남지 않는 현 시장이 후임 시장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치적 판단이라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것도 과학성과 진실성이 크게 의심을 받는 환경영향평가를 토대로 말입니다. 대구는 '환경도시'를 선도해 왔지 않습니까?

앞산관통도로 대신 최근 개통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청도 IC, 수성 IC, 현풍 IC까지 잇고 인접한 지자체와 연계해 대구 파이를 확대하는 '지역경제 클러스트 구축'이 지름길입니다.

우리가 대구에 저절로 살듯이 앞산에 저절로 살고 있는 '가침박달'을 두고서 대구에 살지도 않고 살 수도 없는 '전나무'를 시목(市木)으로 고집하듯이 앞산관통도로를 고집하는 것은 '개발독재 유전자'의 발현입니다. 앞산을 '환경도시 대구의 자연 브랜드'로 재창조해야 할 때입니다.

김종원(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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