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가 클리닉-7세 아이 관심분야만 몰입

문 : 올해 일곱 살 된 아들이 한두 분야에만 관심을 보여 걱정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이나 장난감은 사달라고 떼를 쓰고 사 주면 밤새 매달리는데,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은 아예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공부할 때도 그런 모습을 보일까 이만저만 염려되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두루 실력을 쌓도록 할 수 있을까요?

답 : 특정 분야에만 집착하거나, 반대로 특정 분야에 끈기가 대단히 떨어지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문제의 출발점은 부모에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때는 누구든 잘 하고 못 하는 게 있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있는데 무엇이든 평균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평균적으로 두루 갖춘 인간형을 추구하는 교육제도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나라 부모들은 평균에 대한 집착이 대단히 강합니다. 성장하면서 다른 아이들이 관심을 갖거나 또래들이 하는 건 무엇이든 비슷하게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학교 공부도 한두 과목만 못 하면 무슨 큰 문제라도 있는 양 호들갑을 떱니다. 그 과목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고액 과외다 족집게 과외다 무엇이든 하려 듭니다.

시대는 바뀌어 특정 분야에서 자질이 뛰어나거나 높은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원하는데 부모들은 자신이 받은 과거의 교육에 얽매여 있는 셈입니다. 물론 우리 교육제도가 아직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들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고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타고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어릴 때의 환경도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좋고 싫은 게 가려지는 나이가 되면 이를 바꾸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원래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들은 이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이건 좋아하는데 저건 왜 싫어하지', '이건 잘 하는데 저건 왜 못 하지' 걱정하면서 어떻게든 골고루 잘 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합니다. 심지어는 할 수 있는데 안 한다면서 나무라기도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은 좀체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바뀌기를 강요할 게 아니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우선은 부모가 먼저 다양한 특성을 인정하고 아이와 대화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전제돼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다양한 조건과 환경을 제공하는 가운데 아이가 좋아하는 요소를 보태 관심을 갖도록 하는 과정이 이어진다면 적절할 것입니다. 예컨대 단 음식만 좋아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고루 먹기를 강요할 게 아니라 여러 음식에 약간씩의 단맛을 넣어 스스로 손이 가게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부모가 일정한 기준을 정해 놓고 이에 대한 상과 벌 체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잘 못 하는 일들을 잘 해냈을 경우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이유 없이 기피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못 하는 데 대해서는 벌을 주는 방식을 계속해 나가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부모가 아이의 근본적인 성향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길입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설득해도 자기 조절이 안 된다면 집중력 결핍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런이런 건 나름대로 열심히 하니까 집중력은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좋고 싫은 데 대한 감정 변화가 생각보다 심하거나 약간의 강제에도 과도한 거부 반응을 보인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