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가 클리닉-고3 지나치게 긴장…까닭없이 화내기도

문 : 고3 수험생 엄마입니다. 아이가 겨울방학 동안 마음 먹은 만큼 공부를 못 해서 그런지 지나치게 긴장하고 힘들어 합니다. 학년이 바뀐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힘들어 하고 가족에게 까닭도 없이 자주 화를 내곤 합니다. 고3 엄마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뒷바라지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충고의 말씀 부탁합니다.

답 : 영어 단어 삼월을 지칭하는 March는 로마의 군신(전쟁의 신) 마르스(Mar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삼월은 어원 그대로 전투의 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따져 볼 때 봄은 만물이 서로에게 선전포고를 하며 치열한 생존경쟁 속으로 돌입하는 투쟁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있어서도 삼월은 전투가 시작되는 달입니다. 저학년은 저학년대로 내신을 비롯해 입시와 관련되는 것들을 위해 경쟁해야 하고, 고3 수험생은 당면한 입시를 위해 더욱 치열한 자세로 전투를 시작해야 합니다. 자연의 이치와 우리 학생들의 삼월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신학기의 긴장은 전투를 시작하는 병사들의 그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월에는 모든 학생들이 나름의 꿈을 가지고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연간 학습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읽고 싶은 책의 제목을 적어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삼월 초순이 넘으면 처음의 결심을 실천하지 못하게 됩니다. 계획표는 책상머리에 붙어있지만 '계획표 따로 생활 따로'이기가 쉽고 결국에는 다시 무질서하고 무계획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쉽습니다. 왜 그럴까요?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학년 초의 긴장감이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학습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반드시 실천하는 습관을 형성해야 합니다.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반드시 실천하여 성취감을 느끼게 될 때 생활에 활기가 넘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요즈음은 입시가 온 가정의 총력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학습 과정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학업 승패의 상당 부분이 부모의 현명한 뒷바라지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명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수험생을 둔 부모는 누구입니까? 그들은 자식을 상전으로 받들며 허리가 휘고 손발이 닳도록 수발을 들어야 하는 몸종입니다. 그런데도 상전인 자식은 끊임없이 불평만 합니다. 걸핏하면 온몸으로 시위를 합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거나 단식 투쟁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몸종을 괴롭힙니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우리 모두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오로지 대학 입시라는 눈앞의 목표만을 강조하고 나머지 모든 것은 용인해 줍니다. 가족 위에 군림하는 수험생은 자기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이루지 못한 소망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공부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주객의 전도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 특히 어머니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여성에게는 본능적으로 모성애가 있다. 어머니의 어린 아이에 대한 사랑에는 아름답고 위대한 것이 있다. 그러나 본능적인 사랑만으로는 자녀를 잘 키울 수 없다. 의지의 힘과 감정을 합쳐 모성애를 다듬어 넓은 폭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어머니 자신이 총명하고 어질 때, 굳센 의지를 가지고 용감하게 활동하는 힘을 보여줄 때,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좋은 감화를 줄 수 있다."라고 페스탈로치는 충고합니다.

맹목적인 헌신은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생산성도 없습니다. 오늘의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평소 자녀 교육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 마치면 학원에 가고, 학원 마치고 집에 오면 한 마디 대화도 없이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부모가 하는 일이라고는 먹여주고, 입혀주고, 차 태워주는 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자녀들이 많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바치고도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합니까?

가정의 가풍, 부모가 가진 삶의 철학, 우리의 현실과 미래 등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며 토론하십시오. 그런 다음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주십시오. 나머지 시간은 어머니 자신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투자하십시오. 그렇게 해야 자녀는 부모님을 더욱 인정하게 되고 자신의 학업에 대해 보다 강한 책임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새롭게 입학하거나 반이 바뀔 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학생이 긴장하게 됩니다.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담도 긴장으로 나타납니다. 새 학기를 맞아 공부를 더 잘 하기 위해 처음부터 남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각오도 긴장과 부담감의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담감과 긴장감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적인 것입니다. 부모가 여기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초연하게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대처가 될 수 있습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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