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모든 것은 힘들게 얻어진다

얘야, 새 학기가 시작되었구나. 아마도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께서 무엇보다도 먼저 '사람이 되어라'라는 훈화를 하시겠지? 그래, 네 생각에는 사람을 무엇이라고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니?

오랜 옛날 서양에 철학자가 한 명 살고 있었지. 그 철학자는 아주 먼 나라에까지 이름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르침을 받으러 모여들었단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찾아와서 물었대.

"선생님, '사람'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 철학자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하였단다.

"사람이란 두 발로 걸어다니는 동물이다."

그 말을 듣고 젊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지.

그런데 이튿날, 그 젊은이가 다시 찾아왔지. 이번에는 닭을 한 마리 가지고 와서는 다음과 같이 물었단다.

"선생님, 이놈도 두 발로 걸어다니는데, 그러면 이것도 사람입니까?"

철학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하였지.

"사람이란 두 발로 걸어다니면서 날개가 없는 동물이다!"

그 말을 들은 젊은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지.

다음 날, 젊은이는 고릴라를 데려왔단다.

"이 놈은 두 발로 걸어다니면서 날개도 없는데, 그러면 이 고릴라도 사람입니까?"

철학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하였지.

"사람이란 두 발로 걸어다니면서 날개가 없으며, 또 털도 없는 동물이다!"

그 말을 듣고 젊은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단다

이번에는 무엇을 데려왔을 것 같니?.

다음 날 젊은이는 고릴라의 털을 면도칼로 깨끗이 밀어가지고 다시 왔단다.

"선생님, 이 놈은 두 발로 걸어다니면서, 날개가 없으며, 또 털도 없습니다. 이 놈도 사람입니까?"

철학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였지.

"이제야 답을 바르게 말해 줄 때가 되었구나. 사람이란 바로 자네처럼 생각하는 동물이라네."

"네에?"

그제서야 청년은 만족해하며 집으로 돌아갔단다.

어때, 이 이야기 속의 철학자는 매우 훌륭한 분이 아니겠니? 젊은이에게 금방 답을 말해주지 않고, 스스로 답을 알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지 않니? 만약 그 젊은이에게 처음부터 '사람이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고 대답해 주었다면 그 젊은이는 자기 의문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것이 아니겠니?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지식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단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달콤한 열매인 것이지.

돈도 마찬가지란다. '쉽게 얻어지는 돈은 쉽게 나가고 만다'는 말도 있지 않니? 지식이 그러하듯 돈도 온 정성을 다해 힘들여 벌어야 하는 것이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저 쉽게 지식을 얻고 쉽게 돈을 벌려고 하다가 큰코다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구나.

모든 것이 힘들게 얻어지는 것인 만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을 쉽게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니? 얘야.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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