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각 구청에 따르면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대구의 병원은 50여 곳.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15개에 불과했던 장례식장들은 지난 3년 동안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정부가 허가제였던 장례식장 영업을 자유업으로 전환한 때문.
주민 민원도 덩달아 늘어났다. '동네 한복판에 웬 장례식장이냐'는 민원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것. 결국 행정기관은 민원에 떠밀려 장례식장에 대해 '철퇴'를 들었다. 장례식장 갈등사태는 어떻게 될까?
◆주민들의 원성
"동네 한복판에 장례식장이 들어서는 것이 말 되나요?. 법적으로 불가능한 곳에 왜 이런 시설이 들어선 거죠?"
대구시 달서구의 한 동네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발끈했다. 밤낮 동네 도로가 문상객들의 불법 주정차에 시달리는 것.
한 병원이 지난해 개원 후 이 동네 건물 지하에 장례식장을 들여 놓으면서 생긴 현상. 참다 못한 주민들은 결국 달서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수차례의 현장조사에서 불법을 확인했다"며 "이 병원에 대해 경찰 고발 조치와 아울러 이행강제금 1천2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주거지역에 장례식장이 들어선 달서구 또다른 마을과 동구의 한 동네도 마찬가지. 3년 전 병원에 장례식장이 만들어지면서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달서구청과 동구청은 각각 5번과 2번에 걸쳐 모두 5천만~7천만 원 안팎의 이행강제금을 '때렸다'.
대구 7개 구청들이 주민 민원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린 주거 및 도시미관지구 내 불법 장례식장은 모두 6곳. 민원이 계속 쌓여 앞으로 행정처분은 계속될 전망.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병원들은 벌금은 내도 장례식장 영업은 중단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 주민들은 또다시 울화통을 터트렸다. 행정집행에도 변화가 없는 탓.
구청 측은 현행 법상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한 관계자는 "강제철거라는 강력한 수단이 있지만 병원 자체는 합법적 건물이라 불가능하다"며 "이행강제금이 적어 병원들의 불법영업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병원의 입장
장례식장을 갖춘 병원 관계자들은 장례식 1건당 평균 400만~5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병원 관계자들은 "기를 쓰고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이유가 짐작되지 않느냐"며 "영업을 그만두라는 건 병원 문을 닫으라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법을 문제삼고 있다. "같은 주거지역인데 왜 일반 병원만 장례식장을 지을 수 없느냐. 종합병원에서만 사람이 죽느냐." "상업, 공업지역에서는 장례식장을 운영할 수 있는데 도시미관 지구와 주거지역에서는 왜 운영을 못 하느냐"는 등이다.
시내 병원 관계자들은 행정기관의 최근 조치들을 상식 이하라고 일축했다.
이행 강제금을 낸 한 병원 관계자는 "상업과 주거지역에 맞물려 있는 병원들은 예전엔 상업 면적이 더 커서 이행강제금 부과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최근 법 개정에서는 '주거지역 면적이 200평 이상을 초과하면 부과대상에 포함한다'고 바뀌었다"며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와 행정기관은 주민 민원만을 고려해 법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일방적으로 당해야만 하는 병원 입장도 헤아려달라"고 했다.
일부 구청 관계자들도 "가까운 곳에서 장례를 치르는 게 훨씬 더 편한데 주민민원으로 무조건 엄격한 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병원 측의 얘기도 일리는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경북대병원 한 관계자는 "무분별한 일반 병원들의 불법 운영 때문에 주민 민원이 들끓고 장례업계 전체가 향후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의 하루 평균 장례식은 채 40건이 되지 않지만 장례식장 숫자는 50곳 안팎으로 급증, '손님'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임종 환자들을 일반 병원에서 '모셔'가고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행정기관의 보다 강력한 단속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구청 측은 주거 및 도시 미관지구의 신규 장례식장 영업이 이르면 1년 뒤부터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자유업 형태의 장례식장 영업을 신고제로 재전환하기로 한 때문.
구청 관계자들은 "장례용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난 여론에 따른 것이지만 일단 신고제로 전환하면 미리 장례식장이 들어서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주거 및 도시 미관 지구는 사전에 영업을 불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기존 불법 장례식장에 대한 대책은 아직 전무하기 때문이다.
기존 장례식장 관계자는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므로 법이 바뀌어도 영업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주민민원 때문에 엉터리 제도를 만든 정부가 합리적으로 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사태 해결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 도시미관지구에 병원을 짓고 법으로 금한 장례식장을 건물 안에 들여놔 구청이 경찰에 고발하고 이행강제금을 매긴 달서구의 모 병원. 장례식장이 도시미관지구 및 주거지구에까지 마구 들어오면서 지금 대구엔 장례식장 영업을 둘러싼 마찰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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