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들어선 곳. 눈앞에 펼쳐진 야트막한 산자락에 100여 기의 무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봉분조차 없는 무덤은 썩은 나무와 거친 벽돌로 만들어진 비석에 쓰인 이름 석 자로 겨우 무덤의 주인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대구시 달성군 옥포면 비슬산 자락 공동묘지. 대구교도소 무연고 사형수들이 이승에 남겨둔 마지막 흔적이다. 지난 1971년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서 달성군 화원읍으로 교도소가 이전하면서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엔 간첩죄 명목으로 사형수가 된 사람들이 많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 가족들이 시신 수습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대구교도소 김효일 복지지원과장은 "결국 이들의 시신을 교도소가 떠안을 수밖에 없었고, 시신을 안치할 공간이 필요했다"고 공동묘지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1년에 한 번 추석 때면 대구교도소 재소자들이 찾아 와 벌초와 성묘를 할 뿐, 찾는 이가 없는 곳이다. 죽어서도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세상에서 가장 슬픈 통곡의 땅'이라는 그들의 표현이 참으로 적절하다.
찾는 가족들이 없으니 무덤이 온전할 리 만무하다. 나무로 만든 묘비는 썩어 문드러지고, 그나마 벽돌로 세워진 비석은 귀퉁이가 무너져 내렸다. 형체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무덤은 하나도 없었다. 잡초만 무성한 이곳에서는 바람도 일지 않고 풀잎도 고개를 숙였다.
지난 30여 년 동안 가족에게조차 버림받고 이곳에 안치되는 사형수 시신들은 해마다 늘어만 갔다. 공동묘지도 이젠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를 베고 산 위로 올라가지 않는 한 더 이상 무덤으로 쓸 공간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김 과장은 "공동묘지 공간을 넓히거나 이전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7년 동안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법무부가 사형제 폐지 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이곳도 이젠 역사 속에 묻힐 운명이 됐기 때문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 최근 법무부가 사형제 폐지 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대구교도소 무연고 사형수들이 묻혀 있는 대구시 달성군 옥포면의 공동 묘지도 더 이상 무덤이 늘어나지 않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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