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중국의 양대 최고 정치회의가 열리고 있는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의 가까운 장래를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수치들이 제시됐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5일 개막연설을 통해 올해 8% 경제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11차 5개년계획(11.5) 기간 동안 연평균 7.5%의 성장으로 전 인민들이 매년 소득을 5%씩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9.9%의 고속 성장률을 달성한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2%나 하향 조정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난해 5% 성장률을 제시했다가 결국 3.9%에 그쳤던 우리 정부와 달리 중국 정부는 왜 이처럼 매년 성장률을 낮춰 제시하는 것일까? 중국은 지난해에도 8%를 성장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중국 언론에서도 이같은 8% 경제성장 목표에 대해 이론이 분분하다. "8%는 과연 높은 것인가, 아니면 너무 낮은 것일까?"
이같은 의문점을 풀기 위해서는 최근의 몇몇 중국 경제지표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9.9%였음에도 불구하고 농촌 인구의 1인당 연간소득은 6.2%에 그쳤다. 중국 도시인구의 지난해 1인당 연간소득은 5년 전에 비해 58.3% 증가한 1만493위안(1위안=한화 130원)이었지만 농민소득은 3천255위안으로 29.2%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양극화' 심화라는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원 총리가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은 가장 중요한 역사적 과업"이라며 올해 3천397억 위안을 '3농'(농촌·농민·농업)문제 해결에 쏟아붓겠다고 약속하고 나선 것은 양극화의 한쪽에 '3농'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 경제의 주요 관심사는 10%에 이르는 고속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급격한 경기하락 등의 위험요소들이 현실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사실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속도를 늦춰서는 안된다. '질주하는 자전거'가 멈추면 넘어질 수밖에 없다.
원 총리가 제시한 8% 성장률에 대해 중국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1.5'기간 중 목표로 설정된 7.5%보다는 높은 것이다. 현재의 경제상황과 조건을 감안할 때 무난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정협 위원 린이푸(林毅夫)). "문제는 (경제성장의)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달성할 수 없는 과장된 수치에 있다. 수치대로 정확하다면 7%, 심지어 6%라도 괜찮다"(전인대 대표 친츠쟝(秦池江).
세계은행 등은 중국이 올해도 9%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의 성장률 하향목표는 고도성장가도에서 더욱 소외되고 있는 농민 등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배려한 '원모심려(遠謀沈慮)'의 마음이 바닥에 깔려있는 것 같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 : 양회가 열리는 동안 인민대회당 주변은 황색 출입금지선이 처지고 출입이 통제되는 등 경비가 삼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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