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폭언·고압적 행태 개선해야

사기 혐의 피고소인이 담당 검사로부터 반말과 욕설을 들었다며 녹취록을 공개, 파장이 일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담당 검사는 피고소인에게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냐, 쟤 빨리 내보내, 나가 이 XX놈아"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녹취록을 공개한 사람은 첫 조사에서 검사가 일방적으로 자신을 몰아가 부당하게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작심하고 녹음기를 갖고 들어갔다고 한다. 녹취록은 대화 초기 쌍방이 존댓말을 써다 말미에 언쟁과 폭언이 돌출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대검이 감찰에 들어가 진상이 곧 밝혀지겠지만,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 어디여야 하는지 시사해주는 사건이라 할 만하다. 녹취자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부언할 필요 없이 검찰은 국가형벌권을 독점한 공권력의 상징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검찰이 참지 못한다면 인권은 어디에서도 보장받을 수 없다. 화를 돋우는 영악한 피의자에게도 참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는 것이다. 적법한 수사 기법으로 이겨야 한다.

검찰의 힘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검찰 앞에 작아지고 겁을 먹는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국민이 이유 없이 겁을 먹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서부터 검찰 개혁은 시작돼야 한다.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검사 개개인부터 검찰 말단 직원들까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힘 이외의, 필요 없는 어깨 힘을 빼야 한다. 조사 과정의 폭언은 검찰이 추진하고 있는 녹음'녹화제 도입으로 간단히 해소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은 검찰이 꼭히 조사 과정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친근하고 정의로운 엘리트 집단으로 거듭나기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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