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에는 부모보다 친구가 솔직한 말벗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래와의 관계에서 자아를 탐색하며 정체성을 확립해간다. 나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좋아하고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등의 문제로 심각한 고민을 시작한다.
한 부모가 병원을 찾아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동성애에 빠져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부모는 딸이 동성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나의 벗이여, 그것은 우리의 비밀이며, 너는 나의 영원한 기쁨이다'는 표현이 화근이었다. 게다가 딸이 권투 도장에 보내달라며 조르고 입학선물로 권총을 사달라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상담한 그 여학생은 한두명의 친구와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 편하다고 하는 부끄러움 많은 평범한 청소년이었다. 대인불안이나 소극성을 극복하기 위해 과격하고 남성다운 취미를 가지려고 하는 이 여고생은 부모와의 마찰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청소년기의 이런 이슈들을 잘 대변하고 있다. 일류대 진학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엄격한 통제와 부모의 기대 속에서 긴장된 나날을 보낸다. 개인적인 차원의 자아탐색이나 성적인 관심 등은 어른이 되고 난 후로 미루어진다.
새로 부임한 키팅 선생님은 문학강의를 통해 아이들의 창의성과 정체성 이슈들을 자극한다. 이런 영향으로 학생들은 옛 문학 써클인 '죽은 시인의 사회'를 부활시키고 밤마다 학교 뒷산 동굴에 모여서 자작시를 낭송하며 감추어진 열정을 쏟아낸다.
이들 중 연극을 하고 싶었던 닐은 아버지를 속여가며 연극 무대에 선다. 이것이 아버지에게 발각되고 당장 군사고등학교로 가라는 경고를 받게 되자 닐은 권총 자살을 하고 만다. 닐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 자기 징벌적인 의미로 자살을 선택했다.
3월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시작으로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다. 성장에는 늘 고통이 수반된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3월에 스쿨버스에 오르는 아이를 보고 죽음을 생각한다고 했던가.
1939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마르탱 뒤가르의 소설 '회색노트'는 봉건적인 규율로 아들을 억압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후일 사회개혁을 부르짖는 혁명가가 된 아들은 열네살 때 친구와 주고 받은 편지로 인해 아버지의 심한 체벌을 받게 된다.
한 권의 회색노트에 남겨진 두 소년간의 비밀스런 서신은 불량한 것으로 여겨지고 아버지는 두 사람을 강제로 떼어 놓는다. 우정을 잃어버린 소년은 심한 충격으로 가출도 하고 감화원에 수용되기까지 한다.
발달의 마지막 관문인 청소년기에는 동성 간에 깊은 공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혹독한 체벌보다 믿음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엄격한 아버지에게는 다가서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아버지 4명 중 1명 정도 만이 아이들과 놀아준다는 어느 보고를 보더라고 아버지와 아이 관계는 어린 시절부터 어쩌면 거리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40대까지는 돈을 벌고 그 후에 자녀들과 함께 하겠다는 아버지들의 생각은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들은 세월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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