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깃들다'
박동미
나비의 은빛 날갯짓 투명한 말들,
라일락 꽃잎에 입 맞춘다
꽃잎이 활짝 열리는 동안에
멧새들은 꿈을 물어 나르고
독한 향기가 길을 막고 섰다
마음만 그리운
너를 사랑한 한 때,
청춘이 맨발로 달려온다
햇빛 물고 놓지 않은 사람아
한번의 기침 소리에 사랑은 아직 멀다
몇 년을 피고, 지고, 했을 라일락
젊은 날의 인생 베끼고 있다
언젠가 너도 가고 북적대던 봄날도 가겠지
오래도록 침묵 나누어 가진 그리움이여!
살아있는 것은
이 저녁, 낯선 길 환하게 밝히고 있다.
봄날은 북적댄다. 나비는 '라일락 꽃잎에 입맞추'고 '멧새들은 꿈을 물어' 나르고 '독한 향기가 길을' 막는다. 이런 봄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만 그리운/ 너를 사랑한 한 때'가 새롭게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열정으로 들끓던 '청춘이 맨발로 달려오'는 것이다. 이래서 봄날의 풍경은 '젊은 날의 인생 베끼'기다. '오래도록 침묵' 하던 젊은 날의 그리움이 살아나는 게 봄날이다.
봄날은 모든 것이 새롭게 살아난다. 살아난 것은 '낯선 길 환하게 밝히'어 한없이 설레게 한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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