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2호선 수성구청역에서 어제 또 한 번 위기 상황과 공포 분위기가 재연됐다. 지하 3층 환기실에서 연기가 솟구친 것이다. 그 때문에 화재 경보가 울리고 역 구내 승객들은 화급히 대피했다. 그 역으로 들어가려던 3편의 열차는 다른 역에서 정차됐으며, '실제 상황'이라는 다급한 안내 방송에 따라 타고 있던 승객들마저 지상으로 도망쳐야 했다. 만 3년 전의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도 처음엔 연기 관측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었으니, 지하에 갇힐 위기에 빠진 승객들이 얼마나 놀라고 황황했을지는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사건에서 특별히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당국이 여전히 안일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는 점이다. 첫째, 수성구청역에서는 이미 꼭 같은 '연기 사건'을 겪었다. 그 발생 지점도 같은 환기실이었다. 그런데도 같은 상황이 석 달 사이에 재발한 것이다. 둘째, 이번 경우 문제점이 이미 발견됐는데도 그걸 '점검'하겠다며 기계를 무리하게 재작동하다 사건을 만든 측면이 있다. 거기서 엿보이는 것은 아마추어 수준의 안일성이다. 셋째, 이번 사건이 큰 탈 없이 잘 마무리됐다고 안도하는 잘못된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지하철에 대한 불신이 또 그만큼 깊어져 버렸는데 어떻게 잘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겠는가. 불신의 가중은 지하철 수입의 감소로 연결돼 결국엔 시민 부담의 증가라는 물질적 손해까지 초래할 것이다. 올해 연간 1천억 원에 달하게 될 대구시의 대중교통 적자(공공 부담)가 계속 커지는 것의 바탕에는 그 같은 안일성이 자리하고 있다.
사고와 사건들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안일성은 결국 대구 시민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는 반시민적 결과를 부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제나마 지하철공사는 깨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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