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어는 전 세계에 걸쳐 주요 외국어로 인식되고 있으며, 외국 학자들에게 널리 연구되고 있다. 이것은 영어의 까다로운 철자법 문제와 달리, 한글은 매우 실용적이며 배우기 쉽다는 점과도 깊은 상관성을 띠고 있다.
따라서 세종대왕께서 독창적이고 체계적으로 창제한 한글은 찬사를 받을 가치가 충분한데도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제외된 것은 퍽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글을 터득하더라도 영어권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한자 및 까다로운 한자어의 문제이다. 처음 한국어를 배울 당시 강사에게 바둑책 읽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강사는 한번 훑어보더니 "이건 내게도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만 대답했다.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한국사람들이 외국인을 만나면 주로 영어로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외국인이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연습할 만한 장소는 헬스클럽·기원·목욕탕 정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높임말과 반말 문제 또한 만만치 않다. 고도의 문화적 인식을 요구하는 높임말과 반말은 외국인을 아주 헷갈리게 하며 본의 아닌 실수를 하게도 한다. 상대방과 격에 맞게 이야기하려면 상황과 연령·학력·친밀도 등이 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한국어에 한층 더 섬세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내재된 오랜 역사와 심오한 철학을 이해하는 일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래서 필자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가 아닌 '초등학교 국어 읽기' 교재를 통해 진정한 한국 언어와 문학·윤리를 배우고 익히려했다.
이 교재들은 언어 학습의 방법론 위에 교훈적인 민담 및 자신의 원칙을 위해 세속적인 삶을 포기한 인물들의 실화, 그리고 자주정신·충효정신·창조정신·선비정신 등 전통 한국 사회의 기초가 된 바람직한 덕목으로 가득하다. 필자는 이 교재를 널리 외국인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처럼 한국어 배우기는 단순히 의사소통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문화적이며 윤리적인 체험 그 자체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를 진정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문화와 역사 및 사고방식을 완전히 이해해야 하듯이, 필자에게 한국어 배우기는 어쨌든 평생의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다.
앤드류 핀치 경북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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