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리스 정·재·언론계 휴대폰 도청사건…美 개입의혹

그리스가 주요 인사들에 대한 대규모휴대폰 도청 파문에 휩싸였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를 비롯해 5명의 장관, 경찰과 군 장성, 언론인, 사업가, 심지어는 미국 대사관 직원까지 망라된 핵심 인사 100여명의 휴대폰이 지난 200 4년 아테네 올림픽 이전부터 작년까지 1년 이상 도청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도청의 배후에 미국의 정보기관이 개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스캔들은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 도청은 그리스의 2위 이동통신 업체인 '보다폰 그리스'의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도청 관련 소프트웨어 설치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 소프트웨어를 누가, 어떤 경로로 설치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스 관영 ANA 통신은 보다폰 그리스의 게오르게 코로니아스 회장이 9일 의회위원회에 출석, 의원들로부터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비밀리에 설치될 수 있었는지에대해 장시간 집중 추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코로니아스 회장은 그러나 보다폰은 이같은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적이 없으며에릭슨이 합법적으로 개발한 도청 프로그램이 보다폰 시스템에 삽입된 사실도 알지못했다고 연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 소프트웨어가 에릭슨의 프로그램 환경을 잘 아는 전문 기술자가 설치했을 것이며, 보다폰 직원은 이 정도 수준의 기술을 가지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다폰의 고위 네트워크 관리자가 지난해 도청 사실이 공개되기 이틀 전이자 보다폰측이 도청 사실을 정부에 알리기 하루 전에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발견된 사실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족들은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밀한 조사를 위해 사체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나 보다폰측은 그의 죽음이 이번 도청 스캔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리스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정보 기관이 개입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아테네 주재 미 대사관에서 일하다가 3년 전 퇴임한 미국의 한 전직 외교관은 B BC 방송에 미국이 연루돼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4년 올림픽 개최 당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부터 아테네 올림픽을 보호하는데 있어 미국이 그리스 당국을 신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이번에 사용된 도청 프로그램이 고객들의 요청에 의해 에릭슨 시스템에추가된 시점이 9.11 테러 이후라는 점도 이같은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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