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들 과자가 아토피 유발"…엄마들 '경악'

주부 최명주(34·달서구 장기동)씨는 최근 과자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8일 TV프로그램 '추적 60분'에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자가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한다는 내용을 본 때문이다. '과자의 공포, 우리 아이가 위험하다'는 제목으로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과자 식품 첨가물 7종을 선정, 22명을 상대로 피부 반응 검사 등을 통해 아토피 유발 가능성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씨는 "집에 사다둔 과자도 방송을 보자마자 모두 뜯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조금씩 아토피를 앓고 있는 두 아이를 보면서 그저 환경 탓으로 생각했는데, 매일 먹는 과자에 유발 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은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유통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백화점의 경우, 과자류가 차지하는 매출액은 미미하지만 고객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지역 한 백화점의 경우 9일 과자류 판매가 10~30%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식품매장에서도 과자류는 일종의 구색 상품이지만 문제는 소비자 신뢰도"라며 "방송 내용을 보면 거의 대부분 과자류에 비슷한 첨가제가 쓰이는데 모든 과자류를 반품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매출액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과자류를 기피하는 현상은 두드러진다"며 "방송이 나간 이튿날 과자를 반품하러 오는 고객도 있는 만큼 이번 주말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주부 이나경(32·서구 평리동)씨는 "방송을 본 친구가 이튿날 전화를 걸어와 알게 됐다"며 "아이들에게도 과자를 절대 먹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또 주부 조미경(36·남구 봉덕동)씨는 "맞벌이를 하느라 별다른 간식을 만들어 줄 시간도 없어서 과자를 사먹였는데 화가 난다"며 "홈쿠킹은 어렵더라도 고구마, 감자라도 삶아 먹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도 과자 업계를 비난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과자 업계가 떳떳하다면 제조과정을 모두 밝히고 어떤 첨가제가 얼마나 들어갔는지도 정확하게 공개하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해서라도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과자 업계 간부들은 과연 자신의 자녀에게도 과자를 먹이는지 묻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방송 이후 서점가에는 과자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저자가 16년간 제과업계에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가공식품에 대한 신랄한 고발서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지역 서점 한 관계자는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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