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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자 읽기-햇빛 찬란한 나날

햇빛 찬란한 나날/조선희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햇빛···'은 한겨레신문 기자, '씨네21' 편집장으로 활동했던 지은이가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지 6년 만에 첫 선을 보이는 소설집이다.

그녀는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고백'에 귀 기울여 왔다. 이번에도 그녀의 관심은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고백에 집중돼 있다. 표제인 '햇빛···'에는 6·8혁명의 가운이 남아있던 1970년대 중반 독일로 유학갔다가 주거는 물론 섹스와 양육마저 공동으로 이뤄지는 이상적인 공동체 '본게마인샤프트'에 머물며 자유를 만끽했던 여자의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그러나 젊은 날 꿈꾸었던 그런 공간은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그녀를 통해 작가는 그것이 '논리로 설계한 이상의 공간'이었음을 지적한다.

소설집은 샴쌍둥이의 이야기를 다룬 '메리와 헬렌'을 비롯해 남성중심 사회의 편견을 그린 '김분녀의 일생', 계급간의 벽을 넘지못하고 온정주의의 한계를 드러내고 마는 '서울의 지붕 밑' 등 11편의 단편 소설을 엮는다. 자본에 포획된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어두운 이면과 상처받고 망가진 현대인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해준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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