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미국서 그리는 한국의 봄

돌아가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 고향으로, 나의 꿈이 묻혀있고 나의 추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직도 나를 반길 친구가 있을 터이고, 나의 눈길이 많이많이 머물렀던 그 바닷가와 나의 어린 시절을 간직한 그 산들이 나를 반길 그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의 모교회의 십자가 종탑은 지금도 아침 햇살과 저녁 노을에 비춰질 때면 아름답게 빛날 터인데... 내가 가르치던 주일 학생들은 지금은 그 자리에 없겠지마는, 서로가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하였던 그 웃음과 사랑은 아직도 그 주위를 맴돌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지금이라도 내가 가면 느낄 수 있도록...

이민생활에서 찌든 때와 상처받은 가슴을 활짝 열어놓고, 그 모든 것을 다 털어 내어 동해 앞 바다에 씻어버리고, '교양'은 저 멀리에 보내놓고 목 젓이 보이도록 맘껏 크게 웃으며 어린아이같이 뛰어 놀 수 있는 그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 있는 모습 그대로 내어 보여도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고 흉이 되지 않을 그러한 나의 고향으로.

내 이름자 뒤에나 앞에 붙은 수식어는 모두 떼어버리고 언제나 처럼 '영숙이 왔구나'라고 편안히 불러주는 그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아직도 고향은 저 멀리인데 벌써부터 바다의 짠 내음과 생선의 비릿내가 나를 반길 그 곳, 그래서 눈을 감고 있어도 고향이 가까이에 온 줄로 알 수 있는 바로 그 곳으로...

오늘은 고향의 봄을 생각하면서 '김동진'의 [가고파]를 소리 높여 맘껏 부르며 울고 싶다.

미국 LA에서 이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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